질마재로 돌아가다 - [77] 진부령 처갓집 진부령 처갓집 - 서정주 진부령 까치마을 우리 처갓집 찾아들어 한 사흘 편히 쉬구서 떠나려니 이슬비가 축축이 오네. '더 있으라 이슬비가 저리 온다'고 장모님은 좋아라고 만류하시네 '가라고 가랑비가 내리는데요' 내가 살짝 한마디를 건네었더니 '진부령서 제일로 미련한 곰도 그런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30
질마재로 돌아가다 - [76] 노자 없는 나그네길 노자 없는 나그네길 - 서정주 제비같이 훠얼 훨, 나비같이 퍼얼 펄 멋쟁이는 정말 진짜 멋쟁이지만 어쩌다 보니 노자도 없는 나그네 신세. 사공아 공짜로 한번 건네어 다우. 하늬바람 배삯으로 한번 건네 보자우. '저승에 들자니 노자나 있느냐'고 진달래 핀 산에서 육자배기 들리네. 저승..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9
질마재로 돌아가다 - [75] 늙은 농부의 자탄가 늙은 농부의 자탄가 - 서정주 사이좋은 형제처럼 이웃처럼 오손도손 감꽃들이 피어나누나. 볼따구닐 부비면서 피어나누나. 우리는 어찌해서 남남이 되어 감꽃만도 못하게 산단 말이냐!? 늙은 할멈 데불고 모 심어 봐도 진종일 세 마지기 채 다 못 심고 초생달만 저만치서 인사로구나! 우..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8
질마재로 돌아가다 - [74] 동백꽃 타령 동백꽃 타령 - 서정주 추녀 끝에 고드름이 주렁주렁한 겨울날에 동백꽃은 피어 말하네ㅡ '에잇 쌍! 에잇 쌍! 어쩐 말이냐? 진사 딸도 참봉 딸도 못 되었지만 피기사 왕창이는 한번 펴야지! '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고드름 겨울에도 한번 펴야지. 동백꽃은 힘이 나서 다시 말하네ㅡ '부..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7
질마재로 돌아가다 - [73] 매화에 봄 사랑이 매화에 봄 사랑이 - 서정주 매화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 번 나와 보아라. 매화 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 향기에서는 오신 님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6
질마재로 돌아가다 - [72] 꽃을 보는 법 꽃을 보는 법 - 서정주 혼자서 고향을 떠나 어느 후줄근한 땅의 막바지 바닷가나 헤매다니다가, 배 불러서는 무엇 하느냐? 먹는 것도 어줍잖은 날이 오거든 맨발 벗고, 설움도 참아 아닌 이 풀밭길을 인제는 혼잘 것도 따로 없이 걸어오너라. 그리하여 어디메쯤 놓여 있는 천년 묵은 산의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5
질마재로 돌아가다 - [71] 고향 난초 고향 난초 - 서정주 내 고향 아버님 산소 옆에서 캐어 온 난초에는 내 장래를 반도 안심 못하고 숨 거두신 아버님의 반도 채 다 못 감긴 두 눈이 들어있다 내 이 난초 보며 으시시한 이 황혼을 반도 안심 못하는 자식들 앞일 생각다가 또 반도 눈 안 감기어 멀룩멀룩 눈 감으면 내 자식들도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4
질마재로 돌아가다 - [70] 산사山査꽃 산사山査꽃 - 서정주 산 보네 산 보네 밤낮 산 보네. 그대와 나 둘이서 바라보기면 번갈아 보며 보며 쉬기도 할걸 그대 길이 잠들고 나 홀로 깨어 산 보네 산 보네 두 몫 산 보네. 그대와 나 둘이서 맞추었던 눈 기왕이면 끝까지 버틸 일이지 무엇하러 지그시 감고 마는가. 그대 감은 눈 위..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3
질마재로 돌아가다 - [69] 신부新婦 신부新婦 -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읍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2
질마재로 돌아가다 - [68] 초파일 해프닝 초파일 해프닝 - 서정주 초파일은 마지막으로 전쟁 파쇠라도 주워 팔아 한 오십 원 만들어서 카네이션이라도 찐한 걸로 한 송이 사서 그 속으로 아주 몽땅 꺼져들어 버려라. 히피의 꽃 해프닝이라도 한바탕 해 버려라. 에이 빌어먹을 것! 하늘 땅과 영원의 주인 후보 푼수로 치사하게 막싸..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