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로 돌아가다 - [97]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 - 서정주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은 낳아서 백일쯤 되는 어린 애기가 저의 할머니보고 빙그레 웃다가 반가워라 응알응알 아직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뭐라고 열심이 옹알대고 있는 것. 그리고는 하늘의 바람이 오고 가시며 창가의 나뭇잎을 건드려 알은체하..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20
질마재로 돌아가다 - [96] 한솥에 밥을 먹고 한솥에 밥을 먹고 - 서정주 한솥에 밥을 먹고 앗소 님아 딴마음은 왜 내는가 앗소 님아 김칫국 끓여서 국 말아 같이 먹고 방귀도 같이 뀌고 님아 딴마음은 또 왜 내는가 앗소 님아 ..................................P144 (1993. 7. 5. 서울)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9
질마재로 돌아가다 - [95] 오동꽃나무 오동꽃나무 - 서정주 서름이러냐. 서름이려냐. 알고 보니까 그것은 다아 눈웃음져야 할 어쩔 수 없는 서름이러냐. 마흔 살 넘은 과부의 서름을 보랏빛으로 웃고 서 있는 오동꽃나무. ..........................P143 (1992. 5 15. 서울)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8
질마재로 돌아가다 - [94] 기러기 소리 기러기 소리 - 서정주 어머니 병들어 누우시어서 삼십 리 밖에 가 계신 아버지를 데리러 터벅터벅 걸어서 갔다오던 달밤. 열두 살 때의 찬서리 오던 그 달밤 하늘을 줄지어 울고 가던 기러기 소리. 예순다섯 해나 지냈건만은 아직도 들리는 듯하여라. 아버지의 하얀 무명 두루마기 속으로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7
질마재로 돌아가다 - [93] 시월 상달 시월 상달 - 서정주 저 속비치는 핏빛 석류알 여섯 개를 저승의 왕한테서 얻어먹은 죄로 한 해의 가을 겨울은 저승에 가 살기로 된 우리 가엾은 페르세포네가 노세 젊어서 노세를 노래 부르며 또 한번 저승 나들이를 떠나니, 내 60년 전의 계집에 친구 섭섭이도 시집가서 아들딸도 많이 낳..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6
질마재로 돌아가다 - [92] 레오 톨스토이의 무덤 앞에서 레오 톨스토이의 무덤 앞에서 - 서정주 야스나야 폴랴나의 톨스토이의 무덤을 찾아갔더니 이분 사진의 수염처럼 더부룩한 잡초만이 자욱할 뿐. 나무로 깍아 세운 비목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250만 마지기의 땅을 농민들에게 모조리 그저 노나 주고 자기는 손바닥만한 비석 하나도 없이..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5
질마재로 돌아가다 - [91]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 서정주 칠십 년 전에던가 어느 새벽에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때 스무 살 남짓한 애승이 중 한 녀석이 고기도 먹고 싶고 여자도 하고 싶고 돈도 갖고 싶고 또 양껏 자유 지랄도 해 보고 싶어 장거리로 도망쳐 나온 지 어언 50년이 됐는데 말야. 몇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4
질마재로 돌아가다 - [90] 노처老妻의 병상 옆에서 노처老妻의 병상 옆에서 -서정주 병든 아내가 잠들어 있는 병원 5층의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거리의 전등불들의 행렬은 아주 딴 세상의 하모니카 구먹들만 같다. 55년 전의 달밤 성북동에서 소년 시인 함형수가 불고가던 하모니카의 도리고의 세레나데 소리를 내고 있다. 죽은 함형수가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3
질마재로 돌아가다 - [89] 낙락장송의 솔잎 송이들 낙락장송의 솔잎 송이들 - 서정주 2층 위의 3층 위의 창가에 앉아서 '인제는 거짓말을 죽어도 더 못하겠다'고 그대가 어느 겨울날 소곤거리고 있던 때의 그대의 그 꼿꼿하던 속눈섭들처럼만 생긴 낙락장송 소나무 가지의 솔잎 송이들이여. .............................P137 (1988. 11. 24. 서울)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2
질마재로 돌아가다 - [88] 일본 산들의 의미 일본 산들의 의미 - 서정주 군인 하나가 부자 걸음으로 펑퍼짐하게 걸어가 보니, 수수밭 가에 수컷 매가 앉아서 '제아무리 무사가 굶주렸기에 요까짓 것까지야 안 까먹는다'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으시대고 있었네. 얼씨구! 천황이 좋아하는 대나무에선 나비가 여덟 마리나 날아오르며 무..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