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老妻의 병상 옆에서 -서정주
병든 아내가 잠들어 있는
병원 5층의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거리의 전등불들의 행렬은
아주 딴 세상의 하모니카 구먹들만 같다.
55년 전의 달밤 성북동에서
소년 시인 함형수가 불고가던
하모니카의 도리고의 세레나데 소리를 내고 있다.
죽은 함형수가
지금은 딴 세상에서 불고 있는
꼭 그 하모니카 소리만 같다.
'쐬주는 제일 돟은 친구지만
이것만 가지구선 안심치가 않아
그 선생인 소금을 곁들여 마시노라'고
지낸 낮에 짜장면집에서
그 두 가지만 서서 먹고 앉았던
늙은 사내가 생각이 난다.
그 사내도 지금 저 하모니카 같은 불들을
보고 있을까? 그리고 함형수는
이걸 또 하모니카로 불고 있는 것일까? .................................................P138
(1990. 3. 11. 오전 2시 반. 부산 동래의 '우리들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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