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90] 노처老妻의 병상 옆에서

나무향(그린) 2013. 10. 13. 06:00

노처老妻의 병상 옆에서 -서정주

 

병든 아내가 잠들어 있는

병원 5층의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거리의 전등불들의 행렬은

아주 딴 세상의 하모니카 구먹들만 같다.

55년 전의 달밤 성북동에서

소년 시인 함형수가 불고가던

하모니카의 도리고의 세레나데 소리를 내고 있다.

죽은 함형수가

지금은 딴 세상에서 불고 있는

꼭 그 하모니카 소리만 같다.

 

'쐬주는 제일 돟은 친구지만

이것만 가지구선 안심치가 않아

그 선생인 소금을 곁들여 마시노라'고

지낸 낮에 짜장면집에서

그 두 가지만 서서 먹고 앉았던

늙은 사내가 생각이 난다.

그 사내도 지금 저 하모니카 같은 불들을

보고 있을까? 그리고 함형수는

이걸 또 하모니카로 불고 있는 것일까? .................................................P138

 

(1990. 3. 11. 오전 2시 반. 부산 동래의 '우리들 병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