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들의 의미 - 서정주
군인 하나가 부자 걸음으로
펑퍼짐하게 걸어가 보니,
수수밭 가에 수컷 매가 앉아서
'제아무리 무사가 굶주렸기에
요까짓 것까지야 안 까먹는다'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으시대고 있었네.
얼씨구!
천황이 좋아하는 대나무에선
나비가 여덟 마리나 날아오르며
무 아랫도리같이
저는 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어서,
"야 이건 우리들의 해의 여신님
아마데라스오오미까미天照大神께서
손수 낳으신 나비님들이시죠?" 하며
일본 사람들은 매우나 좋아했네.
그렇지만
'이 축하는 말씀보다도
침묵의 참선으로 하는 게 좋다'고
누군가가 주장해서,
토끼털에 무명을 섞어서 짠
옷들을 입혀가지고
중들을 군데군데 놓아 두었던 것인데,
그 옷들이 그만 다 낡아빠져서
스님들의 엉덩이들이 드러나고,
거기서 뜻밖에도
바위가 생겨나면서
날카로운 일본도日本刀가 발견되니
구주九州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 나라 구경을 나서게 됐고,
그 칼을 또 각기 한 자루씩
허리에 차고 다니게도 됐네. ..................................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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