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88] 일본 산들의 의미

나무향(그린) 2013. 10. 11. 06:51

일본 산들의 의미 - 서정주

 

군인 하나가 부자 걸음으로

펑퍼짐하게 걸어가 보니,

수수밭 가에 수컷 매가 앉아서

'제아무리 무사가 굶주렸기에

요까짓 것까지야 안 까먹는다'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으시대고 있었네.

 

얼씨구!

천황이 좋아하는 대나무에선

나비가 여덟 마리나 날아오르며

무 아랫도리같이

저는 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어서,

 

"야 이건 우리들의 해의 여신님

아마데라스오오미까미天照大神께서

손수 낳으신 나비님들이시죠?" 하며

일본 사람들은 매우나 좋아했네.

 

그렇지만

'이 축하는 말씀보다도

침묵의 참선으로 하는 게 좋다'고

누군가가 주장해서,

 

토끼털에 무명을 섞어서 짠

옷들을 입혀가지고

중들을 군데군데 놓아 두었던 것인데,

그 옷들이 그만 다 낡아빠져서

스님들의 엉덩이들이 드러나고,

거기서 뜻밖에도

바위가 생겨나면서

날카로운 일본도日本刀가 발견되니

 

구주九州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 나라 구경을 나서게 됐고,

그 칼을 또 각기 한 자루씩

허리에 차고 다니게도 됐네. ..................................P135~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