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의 새벽 종소리 - 서정주
칠십 년 전에던가 어느 새벽에
범어사의 새벽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때
스무 살 남짓한 애승이 중 한 녀석이
고기도 먹고 싶고
여자도 하고 싶고
돈도 갖고 싶고
또 양껏 자유 지랄도 해 보고 싶어
장거리로 도망쳐 나온 지
어언 50년이 됐는데 말야.
몇 해 전이던가
이 녀석은 그 한많은 일생의 막을 닫어
죽어서는 그 팔자로
밤에도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되어서 말야.
어젯밤 새벽 달빛엔
울려퍼지는 범어사 새벽 종소리에
냐옹 냐옹 냐옹 냐옹 되게는 울어
다시 애숭이 중이 되고 싶은 소원을
애절하게 뇌까려대고 있더군.
범어사 가까운 동래구 약민동 어느 쓰레기통 옆에서 말야 ....................................................P139
(1990. 2. 22. 부산 동래의 '우리들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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