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107

질마재로 돌아가다 - [67] 어느 신라승이 말하기를

어느 신라승이 말하기를 - 서정주 세상이 시끄러워 절간으로 들어갔더니 절간에선 또 나더러 강의를 하라고 한다. 절간도 시끄러워 깊은 굴로 들어 갔더니 주린 범이 찾아와 앉아 먹어 보자고 한다. 그래 시방 내게 있는 건 아주 고요하려는 소원과, 내가 흔들리는 날은 당할 호식虎食과, ..

질마재로 돌아가다 - [63] 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 서정주 손금 보니 너나 내나 서릿발에 기러깃길 갈 길 멀었다만 창피하게 춥다 하랴 아이야 춥거든 아버지 옥양목 두루마기 겨드랑이 밑 들어도 서고 이 천역살 다 풀릴 날까지 밤길이건 낮길이건 걸어가 보자. 보아라, 얼어붙은 겨울날에도 바다는 물을 뚫고 들..

질마재로 돌아가다 - [62] 이런 나라를 아시나요

이런 나라를 아시나요 - 서정주 밤 산경보다도 산 속 중의 참선보다도 조용한 굼보다도 더 쓸쓸하고 고요한 사람만이 사는 나라를 아시나요? 말은 오히려 접어서 놓아 둔 머언 나들이옷으로 옷걸이 속 횃대에 걸어만 놓고 지내는 그런 사람만이 사는 나라를 아시나요? 육체가 세계에서 제..

질마재로 돌아가다 - [58] 범산梵山 선생 추도시

범산梵山 선생 추도시 - 서정부 당신과 동행을 하기라면 어느 가시덤불 돌무더기 영원을 가자 해도 피곤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참으로 좋으신 웃음. 항시 샘솟아나는 참으로 좋으신 웃음. 무슨 연꽃과 연꽃 사이 웃는 바람 마음의 고향에서 오시는지 그 웃음이 우리의 노독을 잊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