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라승이 말하기를 - 서정주
세상이 시끄러워 절간으로 들어갔더니
절간에선 또 나더러 강의를 하라고 한다.
절간도 시끄러워 깊은 굴로 들어 갔더니
주린 범이 찾아와 앉아 먹어 보자고 한다.
그래 시방 내게 있는 건
아주 고요하려는 소원과,
내가 흔들리는 날은 당할 호식虎食과,
부르르르 부르르르 잔 소음으로 가라앉아 들어가는
자맥질하는 잠수부의 불어오르는 고요의 심도深度뿐이다.
그리고
호랑이는 언젠가 나를 먹기는 먹겠지만
그것은 내가 송장으로 드러누운 뒤일 것이다.
그나마 내 굳은 해골 안에 달라붙은
말라붙은 붉은 고약 같은 내 침묵의 혓바닥까진
이빨을 차마 대지도 못할 것이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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