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로 돌아가다 - [37] 광화문 광화문 - 서정주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 형과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 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 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21
질마재로 돌아가다 - [36] 나의 시 나의 시 - 서정주 어느 새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 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안 동백꽃 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 아시기나 하는 듯이 앉아 계시고, 나는 풀밭 위에 흥근한 낙화가 안쓰러워 누워 모아서는 부인의 펼..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20
질마재로 돌아가다 - [35] 춘향 유문春香 遺文 춘향 유문春香 遺文 - 서정주 -춘향의 말3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오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9
질마재로 돌아가다 - [34] 신록 신록 - 서정주 어이 할거나 아 ㅡ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제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8
질마재로 돌아가다 - [33]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7
질마재로 돌아가다 - [32] 무등을 보며 무등을 보며 -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 까지야 다 가릴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가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 목..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6
질마재로 돌아가다 - [31] 목화 목화 - 서정주 누님. 눈물겨웁습니다. 이, 우물물 같이 고이는 푸름 속에 다수굿이 젖어 붉고 흰 목화꽃은, 누님. 누님이 피우셨지요? 퉁기면 울릴 듯한 가을의 푸르름엔 바윗돌도 모두 바스러져 내리는데······ 저, 마약과 같은 봄을 지내어서 저, 무지한 여름을 지내어서 질갱이풀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5
질마재로 돌아가다 - [30] 귀촉도 귀촉도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4
질마재로 돌아가다 - [29]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진 칡넌출 밑에 푸른 숨결은 내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오고 가는..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3
질마재로 돌아가다 - [28] 견우의 노래 견우의 노래 -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ㅡ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하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