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29]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나무향(그린) 2013. 8. 13. 05:09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진 칡넌출 밑에

푸른 숨결은 내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 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ㅡ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마디 만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도 내것이로다. .............................................P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