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27] 꽃

나무향(그린) 2013. 8. 11. 06:07
꽃 - 서정주

 

가신 이들의 헐떡이던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ㅡ 그 기름 묻은 머리박 낱낱이 더워

땀 흘리고 간 옛 사람들의

노래 소리는 하늘 위에 있어라.

 

쉬어 가자 벗이여 쉬어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어서 가자

 

만나는 샘물마다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 볼 하늘을 보자.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