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서정주
밤에 홀로 눈뜨는 건 무서운 일이다
밤에 홀로 눈뜨는 건 괴로운 일이다
밤에 홀로 눈뜨는 건 위태한 일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왕망王茫한 폐허에 꽃이 되거라!
시체 위에 불써 일어나야 할, 머리털이 흔들흔들 흔들리우는,
오ㅡ 이 시간, 아까운 시간
피와 빛으로 해일海溢한 신위神位에
폐와 발톱만 남겨 놓고는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자.
집과 이웃을 이별해 버리자.
오ㅡ 소녀와 같은 눈동자를 그윽히 뜨고
뉘우치지 않는 사람, 뉘우치지 않는 사람아!
가슴속에 비수 감춘 서릿길에 타며 타며
오너라, 여기 지혜의 뒤안 깊이
비장한 네 형국의 문이 운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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