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36] 나의 시

나무향(그린) 2013. 8. 20. 06:12
나의 시 - 서정주

 

 어느 새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

 

 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안 동백꽃 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 아시기나 하는 듯이 앉아 계시고,

 

 나는 풀밭 위에 흥근한 낙화가 안쓰러워

누워 모아서는 부인의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 놓았습니다.

 

 쉬임없이 그 짓을 되풀이하였습니다.

 

 그 뒤 나는 연년히 서정시를 썼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워다가 드리던ㅡ

그 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아 줄 이가 땅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

 

 내가 주워 모은 꽃들은 저절로 내 손에서 땅 위에 떨어져

구르고 또 그런 마음으로밖에는 나는 내 시를 쓸 수가 없습니다.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