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 서정주
어느 새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
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안 동백꽃 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 아시기나 하는 듯이 앉아 계시고,
나는 풀밭 위에 흥근한 낙화가 안쓰러워
누워 모아서는 부인의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 놓았습니다.
쉬임없이 그 짓을 되풀이하였습니다.
그 뒤 나는 연년히 서정시를 썼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워다가 드리던ㅡ
그 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아 줄 이가 땅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
내가 주워 모은 꽃들은 저절로 내 손에서 땅 위에 떨어져
구르고 또 그런 마음으로밖에는 나는 내 시를 쓸 수가 없습니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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