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로 돌아가다 - [7] 일요일이 오거든 일요일이 오거든 - 서정주 일요일이 오거든 친구여 인제는 우리 눈 아주 다 깨어서 찾다가 놓아 둔 우리 아직 못 찾은 마지막 골목길을 찾아가 볼까 거기 잊혀져 걸려 있는 사진이 오래오래 사랑하고 살던 또 다른 사진들도 찾아가 볼까 일요일이 오거든 친구여 인제는 우리 눈 아주 다 깨..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24
질마재로 돌아가다 - [6] 가을에 가을에 -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에 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섧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행--이마와 가슴으로 걸어..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23
질마재로 돌아가다 - [5] 기다림 기다림 - 서정주 내 기다림은 끝났다. 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이 대추 굽이를 넘어간 뒤 인젠 내게는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지나간 소만(小滿)의 때와 맑은 가을날들을 내 이승의 꿈잎사귀, 보람의 열매였던 이 대추나무를 이제는 저승 쪽으로 들이밀꺼나. 내 기다림은 끝났다. ...........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22
질마재로 돌아가다 - [4]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 서정주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무엇을 하다가 이겼다는 자들이여 그 이긴 기쁨만에 취하들 말고, 그대들에게 져서 우는 자들의 설음을 또 같이 서러워할 줄 알라. 그리고 무얼 하다가 졌다는 자들이여 찌푸러져 웅크리고 앉았기보다는 일어서서..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20
질마재로 돌아가다 - [3] 기도·1 기도·1 -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텅 빈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텅 빈 들녘 같기도 합니다. 하늘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날으는 몇마리의 나비를 두시든지, 반즘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어..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20
질마재로 돌아가다 - [2] 행진곡 행진곡 - 서정주 잔치는 끝났더라. 마지막 앉아서 국밥들을 마시고 빠알간 불 사루고, 재를 남기고, 포장을 걷으면 저무는 하늘. 일어서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자 결국은 조금씩 취해가지고 우리 모두 다 돌아가는 사람들 모가지여 모가지여 모가지여 모가지여 멀리 서 있는 바닷물에선 난..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19
질마재로 돌아가다 - [1] 푸르른 날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