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오거든 - 서정주
일요일이 오거든
친구여
인제는 우리 눈 아주 다 깨어서
찾다가 놓아 둔
우리 아직 못 찾은
마지막 골목길을 찾아가 볼까
거기 잊혀져 걸려 있는 사진이
오래오래 사랑하고 살던
또 다른 사진들도 찾아가 볼까
일요일이 오거든
친구여
인제는 우리 눈 아주 다 깨어서
차라리 맑은 모랫벌 꽃같이 될까
우리 하늘의 분홍불 부치고 서서
이 분홍불의 남는 것은
또 모래 알들에게나 줄까
일요일이 오거든
친구여
심청이가 인당수로 가던 길도.
춘향이가 다니던
우리 아직 안 가본 골목도
찾아가 볼까
일요일이 오거든
친구여
인제는 우리 눈 아주 다 깨어서
찾다 찾다 놓아 둔
우리 아직 못 찾은 마지막 골목들을 찾아가 볼까. ..........................P22-23
'▒▒▒마음의산책 ▒ > 미당 서정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마재로 돌아가다 - [9] 망향가 (0) | 2013.07.26 |
---|---|
질마재로 돌아가다 - [8] 가만한 꽃 (0) | 2013.07.25 |
질마재로 돌아가다 - [6] 가을에 (0) | 2013.07.23 |
질마재로 돌아가다 - [5] 기다림 (0) | 2013.07.22 |
질마재로 돌아가다 - [4]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0) | 2013.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