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94] 기러기 소리

나무향(그린) 2013. 10. 17. 05:49

기러기 소리 - 서정주

 

어머니 병들어 누우시어서

삼십 리 밖에 가 계신 아버지를 데리러

터벅터벅 걸어서 갔다오던 달밤.

 

열두 살 때의 찬서리 오던 그 달밤 하늘을

줄지어 울고 가던 기러기 소리.

 

예순다섯 해나 지냈건만은

아직도 들리는 듯하여라.

 

아버지의 하얀 무명 두루마기 속으로

내가 추워서 숨어 들어가면은

한층 더 뼈를 울리던 그 기러기 소리

영영 잊혀지지 않아라. ...........................................................P142

 

(1991. 11. 24.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