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1) 만산계곡에서 만산계곡에서 / 이형권 그대에게 가는 길이 보이지 않네 그믐날 내리는 눈은 잊혀진 마을 어귀에 쌓이고 갈 곳 없는 발길 남녘으로 흘러 화순 지나 능주 지나 도암에 이르렀건만 그대에게 가는 길이 보이지 않네. 해리에서 어둔에서 마락리 고갯길에서 그대가 스치고 간 길을 찾아 얼마나.. ▒▒▒▒▒※※☆▒▒/이형권무심재 2018.01.04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0) 먼 길 먼 길 / 이형권 눈 내리는 백양의 길에서 너를 보리라 눈 내리는 죽림의 숲에서 너를 보리라 눈 내리는 자미의 정원에서 너를 보리라 눈 내리는 불회의 적막에서 너를 보리라 눈 내리는 운주의 바람 속에서 너를 보리라 눈 내리는 성산의 노래 속에서 너를 보리라 아아, 사약을 받고 쓰러.. ▒▒▒▒▒※※☆▒▒/이형권무심재 2018.01.03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9) 등 대 등 대 / 이형권 쓸쓸하고나 내 마음은 언제나 해지는 등대 밑을 떠돌았으니 그대 먼 곳으로 떠나갔을지라도 옛 생각에 슬며시 그리워지거들랑 저물어 가는 등대 아래 쓸쓸한 바람 속으로 돌아와 주오. 무정하였을지라도 그대 마음에 몹시 아픈 상처가 되었을지라도 내가 머물던 자리는 .. ▒▒▒▒▒※※☆▒▒/이형권무심재 2018.01.02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8) 시목나루 시목나루 / 이형권 섬진강변 시목나루 바람만 예전처럼 휭휭 지나고 지금은 잊혀진 나루라네 시루봉 능선에서 내려다 보면 물결 속에 출렁이는 산자락을 타고 이슬 맞은 애비들이 강을 넘던 곳 돌아보면 꿈결처럼 강물이 흐르고 쌍무덤 가 소나무 홀로 서 있는 선 떨어진 빨치산이 쓰러.. ▒▒▒▒▒※※☆▒▒/이형권무심재 2018.01.01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7) 아버지 아버지 / 이형권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이었다가 나락밭에 서걱이는 빗방울이었다가 만대산에 내려앉은 구름이었다가 무지랫봉에 떨어지는 노을이었다가 박둑거니 솔밭 길을 걸어오는 햇살이었다가 둔주포 장터에서 돌아오는 저녁 불빛이었다가 뒤란 대숲 속에 잦아드는 기침소리였.. ▒▒▒▒▒※※☆▒▒/이형권무심재 2017.12.31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6) 가을밤 가을밤 / 이형권 어머니 박두거니 서마지기 무논에는 오늘밤도 기러기 떼가 날아오르는지요. 동네 사람들 모두 돌아간 뒤에도 우리 집 논에는 언제나 긴 그림자 부산거리고 기러기 떼는 산 밑에서 바다 쪽으로 날아오르고 있었지요. 팔에다 무명베 토시를 낀 누님이랑 명아주대처럼 취해.. ▒▒▒▒▒※※☆▒▒/이형권무심재 2017.12.30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5) 달밤에 달밤에 / 이형권 처음부터 예고된 길은 없습니다. 바람에 흩어진 꽃씨처럼 서로의 영토는 달랐지만 모두가 운명 같은 길을 따라서 흘러갑니다. 푸른 달빛을 받고 날아가는 기러기 떼처럼 허공에 흩어진 그 길을 따라서 우리는 지금 이 곳까지 와 있습니다. 돌아보면 얼마나 눈물겨운 길이.. ▒▒▒▒▒※※☆▒▒/이형권무심재 2017.12.29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4) 옛 집 옛 집 / 이형권 무너진 흙 담 아래 늙으신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풀곷처럼 흔들리는 곳 긴 겨울밤을 지새우던 쇠죽방 구들장은 무너져 내리고 두레박 속에 메아리를 건져 올리던 우물도 말라 버렸지만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 뒤란 동백나무 숲 속에서 꽃잎을 줍고 술레가 되어 헤매.. ▒▒▒▒▒※※☆▒▒/이형권무심재 2017.12.28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3) 두우리 기행 두우리 기행 / 이형권 그믐께 바다는 신열을 앓으며 속절없이 바윗돌 위레 쓰러진다. 까무러칠 것만 같은 바다의 파열음 술에 취해 떠돌던 염산이나 칠산 부근 슬픈 화인火印을 찍어 주던 불빛처럼 다시 옛 시절의 거처를 떠돌아 본다. 나는 한 세월을 허덕이며 무엇을 찾아 헤매는지 달.. ▒▒▒▒▒※※☆▒▒/이형권무심재 2017.12.27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2) 등피 닦던 날 등피 닦던 날 / 이형권 등피를 닦던 날이 있었습니다. 나직이 입김을 불어 그을음을 닦아 내면 허공처럼 투명해져 낯빛이 드러나고 그런 날 밤 어머니의 등불은 먼 곳에서도 금세 찾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믐날 동네 여자들 모두 바다로 가고 물썬 갯펄에는 거미처럼 움직이는 불빛들로.. ▒▒▒▒▒※※☆▒▒/이형권무심재 201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