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123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61) 서남해의 고독한 여수를 간직한 외딴섬(가거도에서)

서남해의 고독한 여수를 간직한 외딴섬 / 이형권 -가거도에서 다시 그 바닷가의 황홀한 저녁을 찾아갑니다. 섬등곶의 바람 부는 초원에 앉아서 황홀하게 떨어지는 낙조의 빛을 사랑하기 위해 가거도로 갑니다. 가거도는 서남해의 끝자락에 위치한 고독한 나그네의 섬 다가서지 않으면 결..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60) 여름 바다에 길을 묻는다(한려수도에서)

여름 바다에 길을 묻는다 / 이형권 -한 려 수 도 에 서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욕지도로 갑니다. 연화도 노대도 두미도 사리도 초도 갈도 국도 녹도… 이름모를 작은 섬들이 새떼처럼 내려앉은 연화군도를 따라서 아득한 세상 끝으로 흘러갑니다. 욕지도는 한려수도 아랫녘에 ..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9) 보리밭 물결치는 섬 마을에 띄웁니다(청산도에서)

보리밭 물결치는 섬 마을에 띄웁니다 / 이형권 -청산도에서 그대여 눈이 부시게 푸른 오월,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의 흔적을 찾아서 다도해의 작은 섬 청산도에 와 있습니다. 화려한 빛깔의 꽃은 아니지만 초록빛 물결로 일렁이는 청산도 보리밭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봄날..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8) 비 내리는 날 밤의 천둥소리를 찾아서(대원사에서)

비 내리는 날 밤의 천둥소리를 찾아서 / 이형권 -대원사에서 어쩌자고 이렇게 처량한 여행을 꿈꿔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비 내리는 날 밤 깊은 산중, 외딴집 같은 곳에서의 뒤척이는 밤… 처마끝 낙숫물 소리는 부질없는 회한의 정수리를 치고 대숲에는 엉켜버린 날들의 인연이 휩쓸려 다..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7) 내 영혼의 빈 의자를 찾아서(불일암에서)

내 영혼의 빈 의자를 찾아서 / 이형권 -불일암에서 눈 내린 날, 산사의 오솔길은 순결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의 번거로운 생각들이 생선뼈처럼 가지런해지고 아무도 오르지 않는 그 길에 발자국을 남기고 걸어가는 일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잘살아온 일 못살아온 일, 허물 많..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6) 가슴을 울리는 겨울 산사의 풍경 속에서(청량사에서)

가슴을 울리는 겨울 산사의 풍경 속에서 / 이형권 -청량사에서 겨울 산사는 텅 비어 있는 듯합니다. 눈 쌓인 산자락에는 창백한 낯빛의 하늘이 걸려 있고 전각들은 모두 문을 닫고 고요 속에 웅크려 있습니다. 응달을 지나온 바람 소리가 허전한 마음을 스치고 가면 세상의 모든 자리가 허..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5) 저 홀로 깊어 가는 길(염불암에서)

저 홀로 깊어 가는 길 / 이형권 -염 불 암 에 서 가을이 동구 밖까지 찾아와 소곤거릴 때 밤새워 쓴 편지를 부치러 가는 소녀의 마음처럼 길을 나섭니다. 해마다 가을 바람이 가슴 한 모퉁이를 허물어 내릴 때 세상을 떠도는 한 사람의 나그네가 되어 그 길에 들었으니 그리움이 깊어 먼 하..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4) 야삼경, 산사의 문빗장을 만져 보리라(통도사에서)

야삼경, 산사의 문빗장을 만져 보리라 / 이형권 -통도사에서 그리운 이여, 오랫동안 적조했습니다. 알 수 없는 삶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기 위해 먼 길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냥 쓸쓸히 돌아온 발길이었습니다. 여독으로 한동안은 두문불출하였다가 다시 천석고항泉石膏肓을 벗 삼아서 부..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3) 길 위에서 그리움을 만나다

길 위에서 그리움을 만나다 / 이형권 여행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다. 첫사랑을 기다리던 마음처럼 설렘을 안겨다 준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그리움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메말라 있겠는가. 엉킨 실타래처럼 삶의 매듭이 풀리지 않을 때 자신도 모르게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