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1) 칠산바다 칠산바다 / 이형권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 길길이 해송들 사이 산발하고 울부짖는 미친 눈보라송이 등 돌린 물결처럼 사랑은 젖고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 열평쯤 남은 수평선 너머 연사흘 눈은 내리고 외롭지 않게 흔들리고 싶은 가슴 온몸 가득 무릎 끓고 연사흘 불어오는 바람 바윗.. ▒▒▒▒▒※※☆▒▒/이형권무심재 2018.04.03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0) 마지막 항구에서 마지막 항구에서 / 이형권 어제는 항구에 가서 그대를 보았다 .머지않은 눈보라의 예보가 그물처럼 내리고 저마다의 가난과 행복을 한 두릅씩 흥정하는 인파속에서 흰 파도 처럼 웃어 대는 그대를 보았다. 불현듯 그대가 그리운 날이면 나그네처럼 항구를 헤매인다. 먼 바다의 추억으로 .. ▒▒▒▒▒※※☆▒▒/이형권무심재 2018.04.02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9) 동해로 띄우는 편지 동해로 띄우는 편지 / 이형권 지금은 향로봉산맥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해는 금강산 아래 애꾸미 바다에서 살았습니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일출봉이랑 옥녀봉이랑 구선봉이랑 말무리 반도에 떠 있던 해질녘 눈부시게 빛나던 흰 섬 여섯 개 수평선 너머 막막했던 마음도 울었습니다. 밤새 .. ▒▒▒▒▒※※☆▒▒/이형권무심재 2018.04.01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8) 겨울 노래 겨울 노래 / 이형권 나의 산맥에도 겨울이 닥쳐왔다. 길이 마음 달래 줄 추억도 없이 참호 속에 말을 잃는다. 장한몽의 기나긴 세월 어둠에 묶여 외롭기만 하던 고지여, 이 겨울 보급로마저 끊기고 며칠 밤 눈은 내려서 무릎까지 쌓이고 병사들의 초라한 잠꼬대까지 덮어 버린다. 먼 마을.. ▒▒▒▒▒※※☆▒▒/이형권무심재 2018.03.31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7) 겨울편지 겨울편지 / 이형권 나는 일찍이 그대에게 사랑에 대해 일렀거늘 그대의 슬픔, 고난 말하지 않는 일상은 두렵기만 하다. 지난날 어두웠던 마음의 갈피처럼 편편히 뿌려지는 흰 꽃송이 눈 멀리 독가촌 불빛 하나를 이끌고 돌아오는 길은 보이지 않고 손바닥만큼 야윈 그리움은 외롭기만 하.. ▒▒▒▒▒※※☆▒▒/이형권무심재 2018.03.30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6) 나의 노래 나의 노래 / 이형권 당신이 향기로운 해풍이라면 바위틈에 뿌리내린 석향石香이고 싶어요. 당신이 넘실대는 물결이라면 수평선을 떠도는 돛단배이고 싶어요. 당신이 저녁 숲에 내리는 이슬이라면 함초롬히 젖은 섬바디풀이고 싶어요. 당신이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이라면 한겨울에 피는 .. ▒▒▒▒▒※※☆▒▒/이형권무심재 2018.03.29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5) 옛 길 옛 길 / 이형권 이제는 그 길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네 산막리에서 외호리로 넘어가는 솔무랭이 고갯길 나락 가마니를 실은 구루마도 넘고 콩대 뭉치를 실은 리어커도 넘던 길 저승에 가 계시는 아버지는 기억하실까 비오는 날 도채비를 만나 왼다리를 걸어 안다리로 넘어뜨리신 무용담처.. ▒▒▒▒▒※※☆▒▒/이형권무심재 2018.03.28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4)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 이형권 눈 내리는 밤 나타샤를 사랑하고 혼자 앉아서 소주를 마시는 시인처럼 그렇게 나타샤를 사랑하고 세상을 버리고 깊은 산골로 들어가는 꿈에 젖습니다. 가난하고 쓸쓸한 사랑 다시 품을 수 없는 세월의 언저리 회한처럼 눈은 내리고 바람도 나무도 소롯길도 순백의 .. ▒▒▒▒▒※※☆▒▒/이형권무심재 2018.03.26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3) 들쭉술 들쭉술 / 이형권 지난여름 백두산에서 사온 들쭉술을 눈 내리는 겨울밤에 홀로 마신다. 아득하여라, 한때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보내던 때가 있었으니 한 시절은 그렇게 아득하고 꿈같은 것인가 혈관에서 뽑아 낸 피를 탄 듯한 들쭉술을 마시며 가슴 뜨거웠던 날들을 기억하노니 이 차가.. ▒▒▒▒▒※※☆▒▒/이형권무심재 2018.03.25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2) 눈 길 눈 길 / 이형권 눈길에서 돌아온 후 악몽을 꾼다. 어지러운 발자국 탓인가 눈길에서 돌아온 후 때늦은 후회가 있다. 어찌하여 나는 그 길을 갔던가. 못 본 체 짐짓 돌아설 것을 어쩌자고 나는 그 눈길을 사랑했던가. 쏟아지는 돌팔매 같은 눈길에서 돌아와 그 길을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이형권무심재 201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