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48) 겨울 노래

나무향(그린) 2018. 3. 31. 06:54

 

겨울 노래 / 이형권

 

나의 산맥에도 겨울이 닥쳐왔다.

길이 마음 달래 줄 추억도 없이

참호 속에 말을 잃는다.

장한몽의 기나긴 세월

어둠에 묶여 외롭기만 하던 고지여,

이 겨울 보급로마저 끊기고

며칠 밤 눈은 내려서 무릎까지 쌓이고

병사들의 초라한 잠꼬대까지

덮어 버린다.

 

먼 마을의 불빛도 눈발 속에 묻혀 버리고

빛나던 맹세마저 적설의 높이를 이기지 못하는데

북풍의 찬바람은 회한을 간직한 듯

잠들지 못한다.

언 땅에 삽날을 찍으면

마른 눈물이 흐르고

무덤처럼 적막한 세월을 넘는 겨울산이여

오늘 밤 나는 옛 사랑이 그리워

겨울 별자리처럼 외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