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노래 / 이형권
나의 산맥에도 겨울이 닥쳐왔다.
길이 마음 달래 줄 추억도 없이
참호 속에 말을 잃는다.
장한몽의 기나긴 세월
어둠에 묶여 외롭기만 하던 고지여,
이 겨울 보급로마저 끊기고
며칠 밤 눈은 내려서 무릎까지 쌓이고
병사들의 초라한 잠꼬대까지
덮어 버린다.
먼 마을의 불빛도 눈발 속에 묻혀 버리고
빛나던 맹세마저 적설의 높이를 이기지 못하는데
북풍의 찬바람은 회한을 간직한 듯
잠들지 못한다.
언 땅에 삽날을 찍으면
마른 눈물이 흐르고
무덤처럼 적막한 세월을 넘는 겨울산이여
오늘 밤 나는 옛 사랑이 그리워
겨울 별자리처럼 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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