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우리 기행 / 이형권
그믐께 바다는 신열을 앓으며
속절없이 바윗돌 위레 쓰러진다.
까무러칠 것만 같은 바다의 파열음
술에 취해 떠돌던 염산이나 칠산 부근
슬픈 화인火印을 찍어 주던 불빛처럼
다시 옛 시절의 거처를 떠돌아 본다.
나는 한 세월을 허덕이며 무엇을 찾아 헤매는지
달도 없는 밤길을 걸어 두우리*에 가면
거기 서툴렀던 스무 살의 사랑법이
화석처럼 남아 있고
불기 없는 민박집 처마 밑까지
바다 울음소리는 밀려든다.
지금도 그대는 저 바다 앞에서
사무치게 청춘을 노래하는지
파도처럼 그리움의 벽을 넘어가는지
그대는 돌아오지 않고 늦은 밤 홀로
풀포기처럼 앉아 술잔을 들면
이슬보다 더 아프게
바다는 온 천지에 몸을 뿌려 놓는다.
*두우리: 전남 영광군 염산면 칠산바다에 위치한 작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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