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3) 두우리 기행

나무향(그린) 2017. 12. 27. 09:24

두우리 기행 / 이형권

 

그믐께 바다는 신열을 앓으며

속절없이 바윗돌 위레 쓰러진다.

 

까무러칠 것만 같은 바다의 파열음

술에 취해 떠돌던 염산이나 칠산 부근

슬픈 화인火印을 찍어 주던 불빛처럼

다시 옛 시절의 거처를 떠돌아 본다.

 

나는 한 세월을 허덕이며 무엇을 찾아 헤매는지

달도 없는 밤길을 걸어 두우리*에 가면

거기 서툴렀던 스무 살의 사랑법이

화석처럼 남아 있고

불기 없는 민박집 처마 밑까지

바다 울음소리는 밀려든다.

 

지금도 그대는 저 바다 앞에서

사무치게 청춘을 노래하는지

파도처럼 그리움의 벽을 넘어가는지

 

그대는 돌아오지 않고 늦은 밤 홀로

풀포기처럼 앉아 술잔을 들면

이슬보다 더 아프게

바다는 온 천지에 몸을 뿌려 놓는다.

                                                                                                                                 *두우리: 전남 영광군 염산면 칠산바다에 위치한 작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