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시인 한하운(韓何雲, 1920년 3월 20일~1975년2월 28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함남 함주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태영(泰永)이다. 중국 베이징 대학농학원을 졸업한 후 함남도청, 경기도청 등에서 근무하다가 나병의 재발로 사직하고 고향에서 치료하다가 1948년에 월남, 1949년 제1시집 《한하운 시..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 한하운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 한하운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어머니 / 한하운 어머니 / 한하운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서 울으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신 뒤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죽으실 때 날 두고 가신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신 말이 없는 어머니.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하운 (何雲) / 한하운 하운 (何雲) / 한하운 나 하나 어쩔 줄 몰라 서두르네 산도 언덕도 나뭇가지도. 여기라 뜬 세상 죽음에 주인이 없어 허락이 없어 이처럼 어쩔 줄 몰라 서두르는가. 매양 벌려둔 저 바다인들 풍덩실 내 자무러지면 수많은 어족들의 원망이 넘칠 것 같다. 썩은 육체 언저리에 네 헒과 균(菌)과..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벌 / 한하운 벌 / 한하운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벌이올시다. 아무 법문의 어느 조항에도 없는 내 죄를 변호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내세워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눈 벌이..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봄 / 한하운 봄 / 한하운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지역에도 한 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레 이른 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빨간 모가지 땅 속에서 옴돗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겨웁도록 울다 가는 청춘이요 눈..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향수(鄕愁)/ 한하운 향수(鄕愁)/ 한하운 내 고향 함흥은 수수밭 익는 마을 누나가 시집갈 때 가마 타고 그 길로 갔다 . 내 고향 함흥은 능금이 빨간 마을 누나가 수줍어할 때 수수밭은 익어갔다.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목숨 / 한하운 목숨 / 한하운 쓰레기통과 쓰레기통과 나란히 앉아서 밤을 세운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죽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아직도 살아 있는 목숨이 꿈틀 만져진다. 배꼽 아래 손을 넣으면 37도의 체온이 한 마리의 썩어가는 생선처럼 뭉클 쥐어진다. 아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 ..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삶 / 한하운 삶 / 한하운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辱)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옛날에 서서 우러러보던 하늘은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葛藤)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잠깐이라도 이 낯선 집 추녀밑에 서서 ..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
여인 / 한하운 여인 / 한하운 눈여겨 낯익은 듯한 여인 하나 어깨 널찍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히 아기를 거느리고 내 앞을 무심히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 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양 걸음걸이 몸맵시하며 틀림없는 저…… 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 입술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 ▒▒▒마음의산책 ▒/한하운 시인 200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