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 / 한하운
눈여겨 낯익은 듯한 여인 하나
어깨 널찍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히 아기를 거느리고 내 앞을 무심히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 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양 걸음걸이 몸맵시하며 틀림없는 저…… 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 입술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 감길 듯 떠오르는 추억이요
옛날엔 아무렇게나 행복해 버렸나보지
아니 아니 정말로 이제금 행복해 버렸나보지.
ㅡ한하운 시집 《파랑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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