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풀꽃 김종태 92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며느리밑씻개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며느리밑씻개 이 타박 저 타박 그래도 미워 제 딸도 크면 며느리 되는데 아들 앗아 갔다고 시어미 또 타박 시아버지 뒷간 곁에 이 풀 심어 놓고 아가야 넌 저 풀로 밑 씻거라 붉은 줄기 가시 줄기 푸른 잎 가시 잎 넌출 넌출 뻗은 끝에 눈물 방울 분홍 꽃 대여섯장 잎을 겹쳐 엄..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제비꽃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제비꽃 찾는 이 없는 허물어진 무덤가 하늘 향해 갈구하며 허구한 날 기다렸다 비오면 떨고 뙤약볕 반겨 철부지 시절 과거사라 하지만 꺽어 역어 매듭짓던 그때가 좋았지 맹세하던 사람 어디서 서성이며 떠돌까 실없는 약속 그래도 행여 아직도 수줍어 얼굴 못들고 혼자만 어..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쑥부쟁이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쑥부쟁이 가난한 대장간 집 자식만 열하나 마음 착한 큰 딸 쑥 캐어 먹고 살았다 쑥 캐는 불쟁이네 애 사람들은 쑥부쟁이라 불렀다 허방다리에 빠진 사냥꾼 칡넝쿨로 구해 보니 서울 총각 늠름한 총각 얼굴 쑥부쟁이 뛰는 가슴 아가씨 올 가을엔 꼭 데릴러 오겠오 그 말 한마..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달맞이꽃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달맞이꽃 작년 가을 님의 옷깃 스쳤을 때 씨 떨어졌어요 한 뼘도 못자라 서리가 왔어요 그 추운 겨울 님을 향한 그리움을 꼬아 끊기지 않는 실을 찾았어요 여린 가슴 얼어 터져 피로 물든 잎사귀들 한장한장 모아 꽃방석을 만들었어요 엄동설한 찾아 오시면 님께 내밀 꽃방석..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명아주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명아주 젊음은 후드득 가난만 쨍쨍 꼬부라진 할머니 명아주를 뜯는다 할머니 뭐하실려구요? 손주가 반찬투정을 해 나물 무쳐 줄려구 소나기 후드득 뙤약뼡 쨍쨍 쪼그라진 할머니 명아주를 뽑는다 할머니 뭐하실려구요? 아들이 천식이 쇠었어 말려서 달여 줄려구 갈바람 후드..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봄맞이꽃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봄맞이꽃 이 땅은 너무 추워 따지기라 해도 빈 가지 잉잉 울고 아직은 덜 죽은 눈이 서걱서걱 흰자위 굴린다 이 땅은 너무 추워 봄은 대문 앞에서 고개 갸웃거리다가 옷깃을 여미고는 웅크려 앉는다 툰드라는 너의 긴 몸부림 뒤에서 오는 기지개 서곡에 풀리고 놀란 봄은 후다..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냉이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냉이 길고 고된 겨울 삭풍과 폭설 속에 외로움을 잉태하며 뿌리로만 살찐 너 바구니에 기다린 듯 담겨 어느 초라한 시골집 토장국 속에 몸을 풀었다 추운 겨울일수록 모질게 버텨 왔고 황량한 봄일수록 상큼한 내 향기 볼품 없는 꽃 모습 못생긴 잎사귀 그누가 타박하랴 뿌리..

[풀꽃/김종태] -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쪽

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쪽 잡지에 끼워 보낸 고마운 쪽씨 한봉 말로만 들어오던 몇 천년 그색인가 잊혀진 어르신 색깔 눈에 벌써 선하외다 따지기 참았다 촉촉한 날 골라잡아 망우리 인적 드문 산자락에 심으니 시퍼런 쪽빛 하늘이 벌써 덮더이다 봄여름 애지중지 자식처럼 가꿨는데 누군가 훔쳐보..

[풀꽃/김종태] - 아름다운 풀꽃이여 - 현호색

아름다운 풀꽃이여 - 현호색 세번씩 세번 삼세번을 한껏 ㅃ봄을 낸 초록 맵시 가녀린 잎사귀 풀밭 속에 빼어나다 하느적 꽃대는 하늘을 받들어 벌나비 앉아도 흔들리며 설레인다 아침마다 이슬로 씻지 않아도 새벽보다 더 푸른 얼굴 오동통한 입술 꽤 그리 화났노 아 벌려봐 더 활짝 바람에 흔들려 쌩..

[풀꽃/김종태] - 아름다운 풀꽃이여 - 탱알=개미취

아름다운 풀꽃이여 - 탱알(개미취) 훤칠하다 끌밋하다 한아름 산 색시 소담소담 한 무더기 삐딱 열한시 빼딱 한시 개천에 용났다 그래봐야 비단옷에 밤 길 오뉴월 두룽다리 우편번호 DDD 번호가 좋아야지 닦아 줄 사람 없으면 마차나 끄는 조랑말 저혼자 씩씩하게 핀 향기 나비가 알까 별도 아는 체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