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나무이야기

아름다운 풀꽃이여 - 고마리 개울가 도랑 옆에 살아도 끌밋한 잎사귀 하늘을 찌른다 졸졸 흐르는 물에 씻겨 꽃잎 새하얗다 그 속에서 빨래하는 누나 손목보다 더 흰 꽃잎 끝에 손톱 봉숭아 물보다 더 곱게 물든 입술 토라져 뾰족 내민 앙증맞은 자태 물처럼 흘러간 사람을 기다리다 못내 터져버려도 행..

아름다운 풀꽃이여 - 구절초 구월 구일 캔다고 구절초 아홉번 잘려도 꽃이 핀다 굽이 굽이 아홉 굽이 구름만 보고 자란다 찬이슬 내려 더미더미 혹은 홀홀단신 저 혼자 서리 내려 얼어 죽을망정 늦가을 지켜 간다 나지막한 키 갸냘픈 몸피 함지 인 분이인가 넓둥근 꽃 코흘리게 철부지 꺽어 놀다 팽개..

아름다운 풀꽃이여 - 패랭이꽃 메마른 땅 마다 않는 것은 흰구름 가리키던 선비일세 초록도 수줍어 보유스름함은 방 한 칸이면 천국인 겸손 깔끔하고 환히 웃는 얼굴은 늘상 어린이 마음이고 앙다문 입술엔 자주빛 요염하나 가슴은 벌써 노을빛 순정이네 아무렇게나 잘 퍼져 사는 아무말 못하는 우리..

아름다운 풀꽃이여 - 족도리풀 홍원삼 꾸밈 족도리 백옥잠 도투리 댕기 쓰리 키 하와이 허니문 애까지 만들어 주지 사글세 한칸 두칸 한칸 전세 독채 전세 거친 손에 느는 살림 한숨 속에 부는 재산 인생 사는 맛이 게 있는 거지 푸를 청청 젊은 두 가슴 사랑 닮아 넓은 두 잎새 그 아래 도란도란 꽃 하..

아름다운 풀꽃이여 - 붓꽃 선선하니 서그러운 분초록 몸매 수수하니 수줍은 보랏빛 얼굴 누군들 원해서라만 누추한 곳이라도 깔끔하니 끌밋하다 꿋꿋한 여인 하늘을 짝사랑하여 쪽빛으로만 살고프나 몸 속 뜨거운 피는 놔두지 않아 달빛 아래 시퍼런 칼 어제도 갈았구나 흐트러진 심사 오늘도 가다듬..

아름다운 풀꽃이여 - 꿀풀 삼이는 육 육륙이 삼십육 꿀풀은 구구단을 안다 란 포에 꽃 세개 한 층에 두 포씩 한 줄기에 여섯 층 국민학교 삼학년 논 길 밭 길 걸으며 보라색 꽃방망이를 휘둘렀었다 꽃 한 개 쪽 빨고 삼이는 육 또 한개 쪽 빨고 육륙이 삼십육 젊어도 늙은 지금 달콤하던 꿀풀을 아직도 ..

아름다운 풀꽃이여 - 엉겅퀴 웅크린 듯 풀어 헤친 요염한 맵시 피보다 붉은 자줏빛 정열 어디선가 맡은 듯한 이국의 체취 끈끈한 꽃뭉치 못생긴 잎사귀 가시를 휘두르며 눈을 부릅떠 봐도 진딧물은 웃어 가며 줄기마다 새까맣다 나비야 도와줘 본체 만체 꿀만 따고 꿀벌아 살려줘 꽃가루만 훔치네........

아름다운 풀꽃이여 - 토기풀 333 333 333 333 333 4? 333 풀밭 조그리고 네잎 찾았다 백번씩 천번을 한마음으로 찾아야 띈다는 네잎 토끼풀 행운? 안드로메다 별빛 따지고 보면 잘못된 돌연변이인데 늙어도 가슴은 주책이 없어 토끼풀 무더기 그냥 못가네 겸연쩍어 슬쩍 지나면서도 333 333 4? 333...................p2..

아름다운 풀꽃이여 - 잔대 조로롱 조로롱 연보라빛 상들리에 눈부신 숲가에 오롯이 숨었다 정말로 밝혀야 할 곳은 황금에 눈이 먼 칠흑의 저 마음 속인데 대로롱 대로롱 쟁그랑 쟁그랑 연보라빛 꼬마 종들 목놓아 외친다 욕심을 버리시오 들어야 할 그 작은 소리 실바람만 듣고 간다...............p22 △ ..

아름다운 풀꽃이여 - 타래난초 당신이 나를 난초라 부르고 정성들여 키웠을 때 당신 곁으로 달려가 빼어난 자태 뽐내며 한 포기 난초가 되었소 당신이 나를 잡초라 부르고 못생겼다고 눈 돌렸을 때 잔디밭 풀 속에 섞여 서러운 심사 배배 꼬며 한 포기 잡초가 되었소 당신에게 있어서 나는 불러주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