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노래 / 이형권 겨울노래 / 이형권 등대를 보러 겨울 바다에 가야겠어. 마음이 무거워졌을 때 언덕위에 서 있는 하얀 등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아야진 넘어 동호리 바닷가를 지나 거진에 이르렀을 때 삭풍의 바람이 청춘의 날들을 흔들고 갔었지 북방의 어느 산간과 알 수 없었던 해협.. ▒▒▒▒▒※※☆▒▒/이형권무심재 2017.10.25
백적산방도白積山房圖 / 이형권 백적산방도白積山房圖 / 이형권 어느 날 내 마음이 한없이 백적산방으로 갔다 강진군 대구면 항동 천개산 아래 백적산방은 내 마음 속에 그려진 작고 쓸쓸한 거처와 같다. 무자년 겨울이었다, 나는 아무 기별도 없이 그곳으로 갔다. 햇볕에 일렁이는 칠량 앞바다가 수없이 파문을 내며 흔.. ▒▒▒▒▒※※☆▒▒/이형권무심재 2017.09.18
만산 계곡에서 / 이형권 만산 계곡에서 / 이형권 그대에게 가는 길이 보이지 않네. 그믐날 내리는 눈은 잊혀진 마을 어귀에 쌓이고 갈 곳 없는 발길 남녘으로 흘러 화순 지나 능주 지나 도암에 이르렀건만 그대에게 가는 길이 보이지 않네 해리에서 어둔에서 마락리 고갯길에서 그대가 스치고 간 길을 찾아 얼마.. ▒▒▒▒▒※※☆▒▒/이형권무심재 2017.09.06
겨울 산사 - 이형권 겨울 산사 - 이형권 겨울 산사는 텅 비어 있는 듯하다. 눈 쌓인 산자락에는 창백한 낯빛의 하늘이 걸려 있고 전각들은 모두 문을 닫고 고요 속에 웅크려 있다. 응달을 지나온 바람소리가 허전한 마음을 스치고 가면 세상의 모든 자리가 허공처럼 텅 비어 있다. 겨울 산사의 매력은 이 텅 비.. ▒▒▒▒▒※※☆▒▒/이형권무심재 2017.09.05
다시 바람아래 해변에서 - 이형권 다시 바람아래 해변에서 - 이형권 바람의 뜨락에 노을이 내린다. 산 그림자 해변을 스치고 가는 사이 소멸하는 시간의 물보라 위에 붉은 꽃이 떨어진다. 그대는 어느 세상의 저녁바람이 되었는가. 그리웠던 순간들이 안개처럼 밀려오는데 어느 생애의 길섶에서 이 바닷가의 모래톱을 생.. ▒▒▒▒▒※※☆▒▒/이형권무심재 2017.09.03
探梅行 / 이형권 探梅行 / 이형권 옛사람이 말했다. 봄을 찾는다고 동쪽으로 가지 마라. 서쪽 뜰에 매화가 이미 찬 바람속에 피어 있다. 어리석은 사람 다시 길을 떠난다. 매화꽃 향기 아득하여 천리밖 남쪽으로 마음이 먼저 떠돌아 흐르다. 산골짜기 오두막은 인적이 없고 처마밑 남포등도 뒤란 장작더미.. ▒▒▒▒▒※※☆▒▒/이형권무심재 2017.08.31
감자꽃 / 이형권 감자꽃처럼 순박한 꽃이 또 있을까. 청파가 옷섶을 풀어헤치듯 마을 안길까지 내려 온 유월 강원도 산촌에는 하얗게 감자꽃이 피어 있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지만 감자꽃은 저 혼자 온 밭을 푸짐하게 채워 놓았다. 오랜 세월 땅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 ▒▒▒▒▒※※☆▒▒/이형권무심재 2016.06.04
철쭉밭에서 / 이형권 철쭉밭에서 / 이형권 속절없이 꽃이 피었다. 소백산 연하봉에 지리산 바래봉에 황매산 철쭉평전 위에 선홍빛 물결이 번졌다. 꽃이 피었지만 말을 잊은 사람들이 길을 간다. 천길 물길 속을 걷고 천길 벼랑 끝을 걷고 어화 어화 눈물뿐인 산마루를 걷는다. ▒▒▒▒▒※※☆▒▒/이형권무심재 2016.04.25
서벽 / 이형권 서벽 / 이형권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도래기재 넘어 외줄기 길을 따라 산그늘처럼 찾아가리라 세상의 모든 길들이 옷고름을 푸는 곳 서벽에 가면 허름한 길가의 주막에 앉아 텅빈 정류장을 바라만 보아도 좋으리 서로의 슬픔을 말하지 않은 채 서벽에는 그리움 뿐이려니 그곳에 .. ▒▒▒▒▒※※☆▒▒/이형권무심재 2016.04.21
선암사의 봄 / 이형권 선암사의 봄 / 이형권 저리도 꽃이 붉은데 남명스님 글씨는 여직 취해 있다. 가신 지 몇 해나 되었을까 칠전선원 빈 선방에 앉아 단청같이 붉은 눈빛 낮달이 흐르던 산중 운필이 꼭 취객처럼 서글펐다. 이름난 고관대작에서 유곽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벽안당 처소에서 육두문자처럼 쏟아.. ▒▒▒▒▒※※☆▒▒/이형권무심재 201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