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 이형권 섬진강 / 이형권 그대는 어느 골짜기로부터 흘러온 노래였는지요. 이른 아침 새하얀 눈이 내린 듯 강가에는 수많은 꽃송이들이 피어나 섬진강의 봄을 절정으로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하늘 가에서 하늘하늘 나부끼는 꽃잎들의 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꽃잎들이 제.. ▒▒▒▒▒※※☆▒▒/이형권무심재 2017.11.05
은사리에서 / 이형권 은사리에서 / 이형권 그대가 잠시 내 곁에 머물다 간 사이 은사리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었다. 햇살이 강물 위에 부서지는 오후처럼 바람이 산그늘을 스쳐가는 해질녘처럼 짧은 순간이었다. 그대가 나에게 건냈던 첫 인사처럼 수줍고 이쁜 말들이 저토록 황홀하게 타오르는 그리움이 될 .. ▒▒▒▒▒※※☆▒▒/이형권무심재 2017.11.04
가을의 書 / 이형권 가을의 書 / 이형권 가을이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처럼 왔다. 8월은 견디기 어려운 비난처럼 폐부를 찔렀고 낭하의 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처럼 삶이 불길해 졌을 때 말문을 닫아버렸다. 마음 속에는 누고 살고 있는지 문맹자의 서체처럼 삐뚤삐뚤하기만 하다. 마른 풀냄새가 퍼지는 .. ▒▒▒▒▒※※☆▒▒/이형권무심재 2017.11.03
옛 생각 / 이형권 옛 생각 / 이형권 아주아주 어릴 때였습니다. 외할머니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울음보가 터져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서당등 솔밭을 지나 청호쟁이 모퉁이를 지나면서 시작한 눈물이 산막리를 지나 잿등 숭어바위를 지나오도록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솔무랭이 동백숲에 주저앉아 한참을 .. ▒▒▒▒▒※※☆▒▒/이형권무심재 2017.11.02
가을 바다가 그리워졌을 때 / 이형권 가을 바다가 그리워졌을 때 / 이형권 나 이제 바다로 가야겠네 먼 곳으로 떠나야 할 사람처럼 낡은 가방을 들고 철지난 바닷가로 떠나가야 겠네 여름은 한줌 햇살처럼 사라져 갔으니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이 휩쓸고 간 자리 가을바다는 얼마나 허허로운가 홀로 모래톱으로 가 앉으면 바.. ▒▒▒▒▒※※☆▒▒/이형권무심재 2017.11.01
가을 숲에서 / 이형권 가을 숲에서 / 이형권 홀로 가을숲으로 와서 걷는다. 세상의 말들은 비수가 꽃혀 있으나 숲속의 말들은 향기로워 좋구나. 머지않아 삭풍의 계절이 닥쳐올 듯 모두 채비를 서두르는 시간이다. 단풍은 퇴색하고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차마 드러내지 못한 심중의 말들이 마지막으로 쏟아.. ▒▒▒▒▒※※☆▒▒/이형권무심재 2017.10.31
산촌기행 / 이형권 산촌기행 / 이형권 가을 햇살이 운동회를 여는 날 백두대간 산골마을이 소란하다. 단풍나무 웃음소리가 사립문까지 내려오고 산허리는 청단 홍단으로 물들었다. 잣나무가지 끝에는 청설모가 뛰어오르고 잘 익은 들깨알이 쏟아지고 가투 속에서 뛰쳐나온 콩알들이 땅바닥을 구른다. 생강.. ▒▒▒▒▒※※☆▒▒/이형권무심재 2017.10.30
가을 산사에서 / 이형권 가을 산사에서 / 이형권 산이 타오르듯 단풍잎이 타오르더니 산이 무너지듯 단풍잎이 떨어지고 있다. 갈 곳 없는 어린 양처럼 가을숲을 두리번 거리다 어느새 해질머리 찬바람 속에 서성이고 있나니 구름언덕의 바람꽃처럼 칠산팔해를 떠돌다가 천석고황이 깊어 어느 산사의 객승처럼 덧.. ▒▒▒▒▒※※☆▒▒/이형권무심재 2017.10.29
은행나무 연가 / 이형권 은행나무 연가 / 이형권 은행나무 아래 가을이 노랗게 물들었다 비단옷에 치자물이 배이듯 우듬지에서 시작된 마음이 발목까지 환하게 물들었다. 멀리서 그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저렇게 물들어 갈 수 있다면 어둠 속에 홀로 선 가을밤도 외롭지 않으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물들 수 .. ▒▒▒▒▒※※☆▒▒/이형권무심재 2017.10.28
마장터에서 / 이형권 마장터에서 / 이형권 여우가 살고 부엉이가 운다는 두메산골 깊은 골에 내 마음은 살아라 옛길 따라 고개를 넘던 시절 장꾼들과 나귀가 동무하여 쉬어가던 터 막걸리 사발로 삶을 적시던 주막집 스러지고 무성한 잡초밭 모퉁이에 초막집 하나 서리 맞은 산국, 천삼, 오가피, 구리당나무가.. ▒▒▒▒▒※※☆▒▒/이형권무심재 201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