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류시화 엮음 75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23] 늙은 철학자의 마지막 말

늙은 철학자의 마지막 말 나는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다.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가 없었기에. 자연을 사랑했고, 자연 다음으로는 예술을 사랑했다. 나는 삶의 불 앞에서 두 손을 쬐였다. 이제 그 불길 가라앉으니 나 떠날 준비가 되었다. ㅡ월터 새비지 랜더. 일흔다섯 번째 생일에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22] 첫눈에 반한 사랑

첫눈에 반한 사랑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21] 천 사람 중의 한 사람

천 사람 중의 한 사람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형제보다 더 가까이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생의 절반을 바쳐서라도 그런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20] 사람과의 거리

사람과의 거리 나무 한 그루의 가려진 부피와 드러난 부분이 서로 다를 듯 맞먹을 적에 내가 네게로 갔다 오는 거리와 네가 내게로 왔다 가는 거리는 같을 듯 같지 않다 하늘만한 바다 넓이와 바다만큼 깊은 하늘빛이 나란히 문 안에 들어서면 서로의 바람은 곧잘 눈이 맞는다 그러나, 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19] 별들의 침묵

별들의 침묵 한 백인 인류학자가 어느 날 밤 칼라하리 사막에서 부시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맨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자신들을 속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18] 중세기 회교도의 충고

중세기 회교도의 충고 슬픔이 너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 쓸데없는 근심이 너의 날들을 뒤흔들게 내버려두지 말라 책과 사랑하는 이의 입술을 풀밭의 향기를 저버리지 말라 대지가 너를 그의 품에 안기 전에 어리석은 슬픔으로 너 자신을 너무 낭비하지 말라 그 대신 축제를 열라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17] 생이 끝났을 때

생이 끝났을 때 죽음이 찾아올 때 가을의 배고픈 곰처럼 죽음이 찾아와 지갑에서 반작이는 동전들을 꺼내 나를 사고, 그 지갑을 닫을 때 나는 호기심과 경이로움에 차서 그 문으로 들어가리라 그곳은 어던 곳일까, 그 어둠의 오두막은. 그리고 주위 모든 것을 형제자매처럼 바라보리라 각..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16] 침묵의 소리

침묵의 소리 존재의 언어로 만나자 부딪침과 느낌과 직감으로. 나는 그대를 정의하거나 분류할 필요가 없다. 그대를 겉으로만 말고 싶지 않기에 침묵속에서 나의 마음은 그대의 아름다움을 비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유의 욕망을 넘어 그대를 만나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