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19] 별들의 침묵

나무향(그린) 2013. 12. 18. 06:22

별들의 침묵

 

한 백인 인류학자가

어느 날 밤 칼라하리 사막에서

부시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맨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여기면서

 

농사를 지은 적도 없고

사냥할 도구도 변변치 않으며

평생 거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살아온

두 명의 키 작은 부시맨이

그 인류학자를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데려가

밤하늘 아래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이 속삭이며 물었다

이제는 별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느냐고

그는 의심스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리 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시맨들은 그를 마치 아픈 사람처럼

천천히 모닥불가로 데려간 뒤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참으로 안된 일이라고, 참으로 유감이라고

 

인류학자는 오히려 자신이 더 유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ㅡ데이비드 웨이고너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