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 나태주 뒷모습 / 나태주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 ▒▒▒▒▒※※☆▒▒/시 모음 2014.11.11
옹이 / 박주용 옹이 / 박주용 난다 냄새 난다 나는 내가 긁어 부스럼이라 냄새 난다 나는 나를 날린 셈인데 냄새 나는 나는 나는 새에게도 냄새 난다 냄새는 냄새를 전이시켜 새똥 싼 내 하늘도 냄새 난다 냄새는 자꾸 가려워 구름을 비벼대는 것이어서 충혈 된 내 먹구름도 냄새 난다 소나기 한 줄금 쏟.. ▒▒▒▒▒※※☆▒▒/시 모음 2014.11.09
모퉁이 / 위선환 모퉁이 / 위선환 모퉁이는 쓸쓸하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 쓸쓸하다 어느 날은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는 내가 쓸쓸하다. 아침부터 걸었고, 날 저물었고, 이내 깜깜해졌고, 긴 하루 내내 모퉁이에 부딪치고 쓸.. ▒▒▒▒▒※※☆▒▒/시 모음 2014.11.07
기차 / 윤진화 기차 / 윤진화 내 까만 머리카락을 타고 기차가 떠나요. 열이 오른 휘슬 주전차처럼 휘파람을 불여 달리는 기차. 지구에서 이름 없는 별까지 달리는 기차. 사실, 목적지도 없어요. 이름 없는 별까지, 라고 아무렇게나 읊조린 걸 사과할게요. 편도뿐인 이 기차에 어떤 노인이 먼저 타고 있었.. ▒▒▒▒▒※※☆▒▒/시 모음 2014.11.06
놋세숫대야 / 김선태 아직도 고향집엔 놋세숫대야가 있다 늙수그레한 어머니처럼 홀로 남아 있다 물을 비우듯 식구들이 차례로 떠나고 시간은 곰삭아 파랗게 녹슬었다 어머니, 볏짚에 잿물 발라 오래도록 문지르면 다시 환하게 밝아오던 그때처럼 추억은 때로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하다 가만가만 두드리면 .. ▒▒▒▒▒※※☆▒▒/시 모음 2014.11.05
누군가를 기다리는 밥상이 덜 쓸쓸한 법이지 - 박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밥상이 덜 쓸쓸한 법이지 - 박완서 - 문태준 시집『그늘의 발달』 좁다란 뒷마당에도 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서향西向의 식당 창문을 햇볕과 낮은 담장 바깥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가리기 위해 꼭 거기 있어야 할 나무 같아 이사 올 때도 수종樹種엔.. ▒▒▒▒▒※※☆▒▒/시 모음 2014.10.28
겁 많은 생쥐 겁 많은 생쥐 # 오늘의 명언 실패에 대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두려움은 당신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꿈을 이루려는 당신의 능력을 방해한다. - 스티븐 스코트 - ▒▒▒▒▒※※☆▒▒/시 모음 2014.10.01
그리운 사람 - 법정스님 그리운 사람 /법정스님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그런 삶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 ▒▒▒▒▒※※☆▒▒/시 모음 2014.09.28
가재미 / 문태준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실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켝 눈물 쏟아 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 ▒▒▒▒▒※※☆▒▒/시 모음 201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