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 위선환
모퉁이는 쓸쓸하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 쓸쓸하다
어느 날은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는 내가 쓸쓸하다.
아침부터 걸었고, 날 저물었고, 이내 깜깜해졌고,
긴 하루 내내 모퉁이에 부딪치고 쓸린 나의 모퉁이 쪽이 허물어지더니,
모퉁이가 드나들게 파였는데, 모퉁이만하게 비고,
빈 모퉁이처럼 쓸쓸한데, 나는 더듬대며 아직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모퉁이 쪽 빈 옆구리가 한 움큼씩 무너지고,
무너지는 모퉁이 쪽으로 내가 자꾸 꺾이고, 어디쯤일지,
언제쯤일지, 모퉁이는 끝 간 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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