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50) 시가 익느라고 시가 익느라고 - 이해인 오 그랬구나 내가 여러 날 열이 나고 시름시름 아픈 건 내 안에서 소리없이 시가 익어가느라고 그런 걸 미처 몰랐구나 뜸들일 새 없이 밖으로 나올까 조바심하느라고 잠들지 못한 시간들 그래 알았어 익지 않은 것은 내놓지 않고 싶어 그러나 이왕 내놓은 걸 안 익..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2.07.08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9) 건망증 건망증 - 이해인 금방 말하려고 했던 것 글로 쓰려고 했던 것 잊어버리다니 너무 잘 두어서 찾지 못하는 물건 너무 깊이 간직해서 꺼내 쓰지 못하는 오래된 생각들 하루 종일 찾아도 소용이 없네 헛수고했다고 종이에 적으면서 마음을 고쳐 먹기로 한다 이 세상 떠날 때도 잊고 갈 것 두고 ..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2.07.07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8) 밥집에서 밥집에서-1999년 8월 - 이해인 "밥 좀 많이 주이소" 며칠 동안의 허기를 한꺼번에 채우려는 듯 내일의 몫까지 미리 채우려는 듯 그릇을 들고 오는 이들마다 일제히 큰 소리로 외치는 이곳, 성 분도 두레상 나는 팔목이 아프도록 밥을 푸고 또 퍼도 다시 반복되는 후렴 "밥 좀 많이 주이..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11.25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7) 시에게 시에게 - 이해인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나를 배반한 적 없는 나는 나의 눈물겨운 첫 사랑이다 밤새 파도로 출렁이며 나를 잠 못 들게 해도 반가운 얼굴 어쩌다 터무니없는 오해로 내가 외면을 해도 성을 내지 않고 슬며시 옆에 와서 버티고 섰는 아름다운 섬 아무리 고단해도 지치지 않는 법을 내게 가..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10.20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6) 감자의 맛 감자의 맛 - 이해인 통째로 삶은 하얀 감자를 한 개만 먹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지네 고구마처럼 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 무르지도 않으면서 싱겁지는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중용의 맛 화가 날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 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P89 * 이해인 수녀님 ..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10.12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5) 이별 노래 이별 노래 - 이해인 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이별은 그냥 이별인 게 좋습니다. 남은 정 때문에 주저 앉지 않고 갈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움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듯이 너무 많은 눈물은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됩니다 차고 맑은 호수처럼 미련 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겨울나무처럼 ..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10.06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4) 쌀 노래 쌀 노래 - 이해인 나는 듣고 있네 내 안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한 톨의 쌀의 노래 그가 춤추는 소리를 쌀의 고운 웃음 가득히 흔들리는 우리의 겸허한 들판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네 하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엄마의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희망을 안쳐야지 적은 양의 쌀이 불어 ..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10.05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3) 꿈길에서 2 꿈길에서 2 - 이해인 나는 늘 꿈에도 길을 가지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멀고도 좁은 길을 낯익은 사람 낯선 사람 꿈속에선 모두 가까운 동행인이 되지 꿈속의 길이라고 더 새롭지도 않은 나의 평범한 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깨어나서도 내내 기쁨으로 흘러가는 나의 시간들 마음도 걸음도 흩어지지 않으..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09.29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2) 꿈길에서 1 꿈길에서 1 - 이해인 살아 있는 동안은 매일밤 꿈을 꾸며 조금씩 키가 크고 마음도 넓어지네 꿈에 가보는 그 많은 길들과 약속없이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낯설고 낯익은 꿈속의 현실이 소리 없이 가르쳐준 삶의 이야기들 한 번 꾸고 사라질 꿈도 삶을 빛내느니 세상 어디에도 버릴 것은 없어라 살아 있..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09.28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41) 편지쓰기 편지쓰기 - 이해인 내 일생 동안 매일매일 편지를 썼으니 하늘나라에 가서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쓸까 내가 처음으로 너를 좋아할 때의 설레임으로 따뜻함으로 편지를 써야겠다 한때는 목숨 걸고 힘들게 글을 썼지만 하늘나라에서는 더욱 즐겁게 여유있게 담백하게 죄없이 순결한 편지를 써야겠어 너..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1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