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코스모스 / 이해인수녀님 바람이 가을을 데리고 온 작은 언덕길엔 코스모스 코스모스 분홍 빛 하얀 빛 웃음의 물결 가느다란 몸매에 하늘을 담고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소녀들 푸른 줄기마다 가을의 꿈 적시며 해맑게 웃는다 코스모스 코스모스 바람이 분다 - 동시집 '엄마와 분꽃' 중에서 -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11
꽃마음으로 오십시오 꽃마음으로 오십시오 / 이해인수녀님 꽃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고운 자리에 꽃처럼 순하고 어여쁜 꽃마음으로 오십시오 있어야 할 제 자리에서 겸허한 눈길로 생각을 모으다가 사람을 만나면 환히 웃을 줄도 아는 슬기로운 꽃 꽃을 닮은 마음으로 오십시오 꽃 속에 감추어진 하늘과 태양과 비와 바람..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10
가을 노래 가을 노래 / 이해인수녀님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을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9
가을 일기 가을 일기 / 이해인수녀님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서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9
기쁨이란 기쁨이란 / 이 해인수녀님 매인데 없이 가벼워야만 기쁨이 된다고 생각했다 한 톨의 근심도 없는 잔잔한 평화가 기쁨이라고 석류처럼 곱게 쪼개지는 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며칠 앓고 난 지금의 나는 삶이 가져오는 무거운 것 슬픈 것 나를 힘겹게 하는 모욕과 오해 가운데서도 기쁨을 발견..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8
사랑의 말 사랑의 말 / 이해인수녀님 시냇물에 잠긴 하얀 조약돌처럼 깨끗하고 단단하게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그 귀한 말 사랑의 말을 막상 입으로 뱉고 나면 왠지 쓸쓸하다 처음의 고운 빛깔이 조금은 바랜 것 같은 아쉬움을 어쩌지 못해 공연히 후회도 해본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 모든 이가 기..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8
잎사귀 명상 잎사귀 명상 / 이해인수녀님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7
둘이서 만드는 노래 둘이서 만드는 노래 / 이해인수녀님 사랑은 비밀 번호 아무 번호나 누르면 안 됩니다 그와 내가 하나 되는 깊고 넓고 높은 특별한 암호 속에 길이 열린답니다 사랑은 보물섬 날마다 새롭게 숨겨진 보물 찾느라 날마다 새롭게 시간이 모자랍니다 사랑은 둘이서 만드는 노래 듣는 이 없어도 지칠 줄 모르..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7
침묵 침묵 / 이해인수녀님 맑고 깊으면 차가워도 아름답네 침묵이란 우물 앞에 혼자 서보자 자꾸자꾸 안을 들여다보면 먼 길 돌아 집으로 온 나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이끼 낀 돌층계에서 오래오래 나를 기다려온 하느님의 기쁨도 찰랑이고 "잘못 쓴 시간들은 사랑으로 고치면 돼요" 속삭이는 이웃들이 내게..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6
가을길 가을길/이해인수녀님 바람이 지나가다 내 마음의 창문을 살짝 흔드는 가을길 탱자. 시냇물. 어머니 그리운 단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잠시 멈추어 선 가을길 푸른 하늘을 안으면 나의 사랑이 넓어지고 겸손한 땅을 밟으면 나의 꿈이 단단해져요 이제 내 마음에도 서늘한 길 하나 낼거에요 쓸쓸한 사람.. ▒▒▒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200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