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충만 - (10) 밤 나그네 텅빈충만 - (10) 밤 나그네 요즘 나는 오후의 한때를 서쪽 창으로 비껴드는 밝은 햇살 아래 앉아 편지도 읽고 책도 읽으면서 지극히 담담하게 지내고 있다. 두 평도 채 안 되는 좁은 방이기 때문에 홀로 앉아 있으면 더욱 아늑하다. 한 보름 전 큰절 도성당에 들렀다가 빨갛게 열매가 매달려..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1.12
텅빈충만 - (9) 김장 이야기 텅빈충만 - (9) 김장 이야기 며칠 전에 김장을 했다. 김장이라고 해봐야 혼자서 먹을 것이니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겨울을 나기 위한 연례행사라 그대로 지나칠 수 없다. 이 산중에 들어와 어느덧 열네번째 하는 김장이었다. 요 몇 해 동안 김장철마다 산에 올라와 김장을 담가주던 성..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1.11
텅빈충만 - (8) 선이란 무엇인가 텅빈충만 - (8) 선이란 무엇인가 1 선禪은 인도에서 일어나고 선종禪宗은 중국에서 형성된다. 선의 사상은 중국에서 일어난 선종의 그것을 말한다.먼저 이 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선사상의 특징이 어디에 있는지 그 원형을 편의상 임제 선사의 어록. 즉<임제록>을 중심으로 알아..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1.07
텅빈충만 - (7)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텅빈충만 - (7)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볼일로 광주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하나 보았다. <파리, 텍사스>. 화면에서 낯익은 거리와 고속도로, 그리고 올스모빌 차가 보이자 눈이 번쩍 뜨였다. 거기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렌터카인데도 굳이 올스모빌만을 고집한다. 지난봄, 로스엔..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23
텅빈충만 - (6) 연기와 재를 보면서 텅빈충만 - (5) 연기와 재를 보면서 오늘 아침, 어제까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이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 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타는 여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서는 ..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22
텅빈충만 - (5) 식성이 변하네 텅빈충만 - (5) 식성이 변하네 오늘이 절후로는 가장 춥다는 소한인데 봄날처럼 푸근하다. 대숲머리로 떠오른 산빛이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아련하다. 수첩을 펼쳐보니 지난해 소한은 서울이 영하 16도 6부이고, 우리 불일은 영하 13도였다. 물론 늦추위가 없지 않겠지만 올 겨울은 예년..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20
텅빈충만 - (4) 파블로 카살스 텅빈충만 - (4) 파블로 카살스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몇권의 책 중에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자라고 있는 것은 <나의 기쁨과 슬픔, 파블로 카살스>다. 앨버트E. 칸이 카살스로부터 직접들은 이야기를 그 나름의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으로 엮어놓은 카잘스의 초상이다. 카살스는..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19
텅빈충만 - (3) 물 흐르고 꽃 피어난다. 텅빈충만 - (3) 물 흐르고 꽃 피어난다. 산 위에는 벌써 낙엽이 지고, 산 아래 양지쪽에만 물든 잎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해질녘 뜰에 내리는 찬그늘이 썰렁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정랑을 새로 짖느라고 한동안 바빴다. 변소를 절에서는 예전부터 정랑이라고 부른다. 산을 바라볼 겨를도..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18
텅빈충만 - (2) 빈방에 홀로 앉아 텅빈충만 - (2) 빈방에 홀로 앉아 어제는 창을 발랐다. 바람기 없는 날 혼자서 창을 바르고 있으면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티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다. 무심의 경지가 이렇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바른 창에 맑은 햇살이 비치니 방 안이 한결 정갈하게 보인다. 가을날 오후의 한때, 빈..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17
텅빈충만 - (1) 태풍속에서 텅빈충만 - (1) 태풍속에서 해마다 한두 차례씩 겪는 일이지만, 며칠 전 태풍 ‘베라’가 지나갈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농경지나 가옥의 침수와 매몰이며 막대한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그런 태풍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 ▒▒▒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