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법정스님 280

[산에는 꽃이피네] (3) 소유의 비좁은 골방

소유의 비좁은 골방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을 만들어 준다. 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 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

[산에는 꽃이피네] (2) 홀로 있는 시간

홀로 있는 시간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 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돌과 ..

[산에는 꽃이피네] (1) 스님의 말씀을 책으로 엮으며 - 류시화

스님의 말씀을 책으로 엮으며 내가 처음 법정 스님을 뵙기 위해 송광사 뒷산 불일암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고요한 한낮,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지나 그곳에 도착하니 스님은 출타 중이고 안 계셨다. 나는 서너 시간을 주인 없는 불일암 뜰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차츰 어떤 평온함 같은 것이 내..

법정스님-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끝)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이제는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득거린다. 풀벌레 소리가 여물어가고 밤으로는 별빛도 한층 영롱하다. 이 골짝 저 산봉우리에서 가을 기운이 번지고 있다. 요 며칠 새 눈에 띄게 숲에는 물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어떤 가지는 벌써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새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 그런 길은 없다

그런 길은 없다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해야 할 일로 나는 요즘 바쁘다. 오두막 둘레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고, 고추밭에 김도 매야 한다. 장마철에 지필 땔감도 비에 젖지 않도록 미리 추녀 밑에 들이고, 폭우가 내리더라도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여기저기 도랑을 친다. 산중에 살면 산마루에 떠도..

새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 가난을 건너는 법

가난을 건너는 법 얼어붙은 산골에도 봄기운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응달과 골짜기는 아직도 얼어붙어 있지만, 한낮으로 비치는 햇살과 바람결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두어 자 높이로 지붕에 쌓여있던 눈이 녹아 내리는 낙숫물 소리에 문득 봄의 입김을 느낄 수 있다. 지난 겨울부터 산 아래 마을에서..

새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 거리의 스승들

거리의 스승들 오두막 둘레에는 5월 하순인 요즘에야 철쭉이 한창이다. 창호에 아련히 비쳐드는 분홍빛이 마치 밖에 꽃등이라도 밝혀 놓은 것 같다. 철쭉이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검은 등 뻐꾸기가 찾아온다. 네 박자로 우는 그 새소리를 듣고 고랭지의 모란도 살며시 문을 연다. 야지에서는 자취도 없..

[오두막 편지] (5) - 나를 지켜보는 시선

나를 지켜보는 시선 며칠 전 문안을 드리기 위해 한 노스님을 찾아뵌 일이 있다. 한동안 뵙지 못해 안부가 궁금했고 의논드릴 일이 있어, 산중의 암자로 찾아갔었다. 그날은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날씨였는데 노스님이 거처하는 방 안이 냉돌처럼 썰렁했다. 왜 방이 이렇게 차냐고 여쭈었더니 노스..

'무소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옮겨봅니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