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9) 보리밭 물결치는 섬 마을에 띄웁니다(청산도에서)

나무향(그린) 2018. 4. 11. 07:02

 

보리밭 물결치는 섬 마을에 띄웁니다 / 이형권

 

-청산도에서

 

그대여

눈이 부시게 푸른 오월,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의 흔적을 찾아서

다도해의 작은 섬 청산도에 와 있습니다.

 

화려한 빛깔의 꽃은 아니지만

초록빛 물결로 일렁이는 청산도 보리밭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봄날의 풍경을 보여 줍니다.

샤르락거리는 바람 소리를 따라서 들길을 걸어가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추억으로 일어나

아련히 향수에 젖게 합니다.

 

청산도의 모든 길들은 보리밭으로 이어지고

보리밭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봄날을 걸어가면

그 길 끝에는 아지랑이처럼 그리움이 피어납니다.

 

지나온 모든 싦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움처럼 아득해질 때

들판에는 바람소리만이 가득하고 초록빛 보리밭은

시름 많은 바다가 되어 넘실거립니다.

 

바람 부는 날 청산도의 보리밭은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춤추는 무희舞姬의 몸짓 같기도 합니다.

 

샤르락샤르락 풀피리처럼 피어나는 바람 소리 곁에는

봄날의 길지 않은 하루가 저물어 가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월의 모퉁이는 짧아서

생은 더욱 애달프고 소슬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봄빛의 서러운 풍경을 찾아 풍인風人처럼 떠나온 길

산비탈을 출렁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지나

노을지는 바다로 가는 샤르락거리는 바람 소리가

지금 내 발길에 엎드려 우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