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서벽 / 이형권

나무향(그린) 2016. 4. 21. 07:42

서벽 / 이형권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도래기재 넘어
외줄기 길을 따라
산그늘처럼
찾아가리라

세상의 모든 길들이
옷고름을 푸는 곳
서벽에 가면
허름한 길가의 주막에 앉아
텅빈 정류장을
바라만 보아도 좋으리

서로의 슬픔을
말하지 않은 채
서벽에는 그리움 뿐이려니
그곳에 앉아서
오지 않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좋으리

쓸쓸한 바람이 불고
온 천지에 사과꽃이 가득하여
홀로 술잔을 들며
사과꽃 피는 서벽을 사랑할지니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그대를 사랑할지니
사과꽃이 피면
서벽에 가리라

서벽에 가면
그리운 사람이
삼단 같은 머리를 나풀거리며
사과꽃을 따리니
시골아이 웃음소리
여나믓 남은 분교장 너머
잣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청춘의 시간을
묻어도 좋으리

 

 

'▒▒▒▒▒※※☆▒▒ > 이형권무심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꽃 / 이형권  (0) 2016.06.04
철쭉밭에서 / 이형권   (0) 2016.04.25
선암사의 봄 / 이형권  (0) 2016.04.17
화장암 가는 길 3 / 이형권   (0) 2016.04.17
복사꽃 편지 - 이형권  (0) 201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