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물드는 바다 / 이형권
그대는 아는가.
청물이 올라오는 남쪽바다를
그리운 것들이 푸른 물굽이를 타고 일렁거리는 수평선 너머
바람에 날리는 스카프처럼 계절이 오고 있음을
나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망망한 바닷가 절벽, 등대섬으로 가리
그 바다에 가서 청물이 올라오는 물빛을 보며
알 수 없는 옛사람의 소식을 기다리리.
챙이 넓은 흰 모자를 쓰고
가냘픈 모습의 여인이 되어서
바위틈에 피어난 보랏빛 꽃처럼 기다리리.
청물이 드는 바다에는
슬픈 빛깔의 노래가 있고
못 다한 사랑의 표시처럼
외롭게 서 있는 하얀 등대,
그 너머로 붉디붉은 노을이 지고
뱃사람의 노랫소리 섬그늘에 스밀 때
나는 돌이 된 사랑 이야기처럼
등대 아래 한 여자가 앉아 있는
저녁 바다의 풍경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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