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청량사 무위당운 / 이형권

나무향(그린) 2016. 4. 17. 05:55

청량사 무위당운 / 이형권

 

이 가을 누가 있어

내게 암자 한 채를 내어준다면

나는 외청량사 무위당에 가서

한 철을 살리

 

천 길 낭떠러지 아래

토벽으로 빚은 작은 거처

세상의 길을 여의고

홀로 깊어지는 절벽만큼이나

쓸쓸하게 한 철을 살리.

 

지나온 길을 지워버렸으니

가지 못한 길을 찾아 무엇하리.

해 지고 날 저물도록

방문을 걸어 닫고

잠꼬대처럼 독경이나 일삼다

향불처럼 사위어 가리.

 

어느 날

바람처럼 떠돌던 객승 寂音이

한 철을 살던 곳

통음을 일삼던 그가

길을 잃고 속퇴했던

벼랑 끝의 거처.

 

이 가을 누가 있어

내게 암자 한 채를 내어준다면

나는 외청량사 무위당에 가서

한 철을 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