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희양산 봉암사 / 이형권

나무향(그린) 2016. 4. 17. 05:43

희양산 봉암사 / 이형권

 

그대, 그곳에 가 보았는가. 오월이면 불두화가

종소리처럼 피어나는 곳

 

세상을 등지고 돌아앉은

세월 잊은 蘭若

봉황의 날개짓인가

 

우레의 형상인가

무논에 비친 산 그림자

수미산처럼 빛나는 곳

 

그대, 그곳에 가 보았는가.

바위 밑 토굴 속에서

백년을 한 해처럼

 

맑게 사시다 간 노스님

작은 티끌처럼 사라져

 

좌복 위에 앉은 사리탑

산문이 열리듯

빗장이 열리는 날이면

 

향기로운 말씀을 찾아서

다북쑥처럼 모여드는 사람들

그대, 그곳에 가 보았는가.

 

찔레꽃 춤추는 길을 따라

인파에 떠밀려서

먹밥 한 덩이 먹고

남화루 금색전 태고선원 지나

백운곡 고운 자태 마애불 너머

월봉토굴 용추토굴

흰구름이 머무는

산간 토옥까지 가 보았는가.

나뭇꾼의 길을 따라와 희양의 산빛을 보고

 

하늘이 감춰둔 땅이라 하여 수레를 멈춘 곳

선문의 흰구름이 되고 솔바람이 되었으니

대대로 결사의 정신이 빛나는 곳

방장도 물리치고 조실도 마다하고

오로지 맨 앞자리 首座를 자처하신 이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어보았는가

돌사람이 피리를 부는 승탑아래 마당에는

오늘도 백색 연등이 가득하고

하늘마저 어두워졌다는 적조탑비에는

봉암용곡 물소리 청정한데

그대, 그곳에 가 보았는가.

糞掃衣 한 벌에 만상을 여의고

청산에 든 흰 그림자 머물다 가는 곳

귀영화 마다하고

목석처럼 돌아 앉았으니

비바람속에도 꺼지지 않는

빈자의 등불처럼

산문이 열리는 날이면

弔燈처럼 白燈이 걸리는 곳

그대, 그곳에 가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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