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이형권
적막하지 않고 어찌 봄밤이라 할 수 있을까.
저녁바람에 흐느끼던 보리밭이 내 곁에 와 잠들었다.
이제 더이상 애달프지 않으리.
손아귀에 쥐어본 한줌 바람 같은 시간들
노을 속에서 흔들리는 보리밭을 보면서
나는 사랑의 배후를 본다.
감미로운 속삭임이었다가
사라져버리는 기억의 저편.
먼 옛날 바윗돌에 새긴 매향비埋香碑는
찾는 이가 없어 홀로 이끼를 머금었다.
돌 속에 새겨진 천금 같던 약속이여
이 들녘에서 누가 머물다 갔는지 말해보렴.
열리지 않는 목청으로 봄밤의 심연을 향해
어어어이이이 하고 소리를 질러보느니
적막하지 않고 어찌 이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들녘에 개구리 울음소리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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