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들의 예불소리가 꽃처럼 아름다운 절 운문사 중에서 / 이형권
운문사는 대문이 없다. 일주문도 천왕문도 보이지 않고
새벽안개와 저녁노을이 깃드는 청청한 소나무 숲길만이 있다.
이름 그대로 구름의 문을 넘어서 찾아가야 한다.
구름은 실체가 없다. 정처 없이 흐르다가 빗줄기가 되어 쏟아지고
하얀 눈보라가 되어 휘날린다.
강물이 되었다가 바닷물로 모여들고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
생을 거듭하니 구름은 윤회하는 인간의 생을 닮아 있다
옛 사람이 말하길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라 했다.
인간사 모든 일이 뜬구름처럼 실체가 없으니
그 구름의 문을 넘어서는 곳에 애욕과 번뇌가 끊어진 생명의 자리가 있다.
그러므로 운문사는 구름의 문을 넘어
분별과 갈등의 세계가 사라진 무심의 도량이 된다.
꽃처럼 어여쁜 여승들이 구름처럼 모여
깨달음의 길에서 치열하게 수행을 하는 곳
운문의 도량에는 천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산그늘을 타고 어둠이 내리는 저녁무렵이나
차가운 별빛이 이슬을 머금고 빛나는 새벽녘,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체를 깨우는 북소리 목어소리 운판소리 종소리....
학인 스님들이 합창곡으로 노래하는 예불소리는
스산한 나그네의 마음마저 무념의 세계로으로 이끌고 간다.
이 땅에 불법이 전래된 이래 아침을 깨우고
저녁을 부르는 이 소리의 의식이 그친 적이 없었다.
공양, 울력과 함께 절집의 삼사(三事)라 일컬어지는 예불은
불(佛) 법(法) 승(僧) 삼보에 귀의하고 진리를 깨우쳐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다짐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예불문의 염송은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바쳐 예배한다는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로 시작한다.
내가 가진 가장 귀한 목숨을 바쳐
귀의의 대상과 일체를 이루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 > 이형권무심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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