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의 도끼로 자신을 찍다 - 법정스님
옛날 어떤 나그네가 라자그리하에서 걸식하다가 성문에서 새끼를 낳은 암소한테 떠받혀 목숨을 잃었다. 소 임자는 겁이나 그날로 소를 팔아 넘겼다. 소를 산 사람은 물을 먹이기 위해 소를 물가로 끌고 가다가, 뒤에서 소가 떠받는 바람에 그만 죽고 말았다.
소를 샀다가 뜻밖의 불행을 당한 그 집 아들은 화가 나서 그 소를 때려죽였다. 하지만 자기 아버지를 죽인 소의 고기를 차마 먹을 수가 없어서 장에 내다 팔았다.
어떤 시골 사람이 그 소의 머리를 사서 메고 가다가 자기 집에서 10리쯤 떨어진 나무 밑에 앉아 쉬게 되었다. 새끼줄에 매단 소의 머리를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는데, 그만 새끼가 끊어지는 바람에 떨어지면서 나무 아래 쉬고 있던 사람이 뿔에 찔려 죽고 말았다.
이와 같이 그 소는 한꺼번에 세 사람을 죽였다.
라자그리하의 빔비사라 왕은 그 말을 듣고 너무 괴이한 일이다 싶어 신하들을 데리고 부처님을 뵈러 갔다.
"세존이시여, 실로 기이한 일이 있습니다. 한 마리 암소가 세 사람을 죽였습니다. 무슨 변고인지 까닭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죄 갚음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지금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그 옛날 세사람의 상인이 이웃 나라로 장사하러 가서 한 외로운 노파 집에 머물렀소. 그들은 넉넉하게 값을 치르겠다던 처음의 말과는 달리, 며칠 동안 편히 지냈으면서도 떠나올 때는 노파를 만만하게 보고 값도 치르지 않은 채 빠져 나오고 말았소.
노파가 밖에서 돌아왔을 때장사치들이 보이지 않아 이웃 사람에게 물으니, 그들은 벌써떠나갔다고 했소. 노파는 그렇 수 있는가 싶어서 수십 리 길을 걸어 그들의 뒤를 쫓아갔소. 그들을 겨우 만나 숙식비를 요구하니, 장사치들은 도리어 화를 내면서 오늘 아침에 벌써 치렀는데 왜 또 달라느냐며 잡아뗏소. 노파는 아무도 곁에 없는 외로운 처지라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소. 그러니 화가 치밀어 올라 그들을 이렇게 저주했소.
'내가 지금은 가난하고 구차해서 너희들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이다음 생에는 반드시 너희들을 만나 이 원한을 풀 것이다. 축생이 되어서라도 너희들을 한꺼번에 죽이고 말 것이다.'
그때 그 노파가 바로 오늘의 저 암소요. 소한테 떠받혀 죽은 세사람은 숙식비를 떼먹고 달아난 그때의 장사치들이거."
부처님은 다시 계송을 읊으셨다.
나쁜 말과 꾸짓는 말로
잘난 체 뽐내면서
함부로 남을 업신여기면
미움과 원한이 움을 튼다
공손한 말과 부드러운 말씨로
남을 높이고 공경하며
맺힘을 풀고 욕됨을 참으면
미움과 원한은 저절로 사라지니
무릇 사람이 이 세상에 날 때
그 입 안에 도끼가 생겨
그로써 제 몸을 찍나니
그것은 악한 말 때문이니라 ㅡ<법구비유경> 언어품言語品
이런 일이 과연 실제로 있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어김없는 인과관계의 진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한에서 비롯된 저주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 오는지도 거듭 되돌아볼 일이다.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그 원한,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는 것도 입으로 짓는 없의 인과관계를 가리킨다.
우리가 짓는 업의 결과, 또한 그 갚음을 업보다 응보라 한다. 인과응보는 누가 시키거나 어떤 주재자가 있어 조정하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 그래서 자업자득이나 자작자수自作自受라고 한다.
불교의 통설에 따르면, 지은 업에 다라 그 과보를 받는 시기에 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순현보順現報는 현재 지은 업에 따라 그 결과를 현세에서 받는 것이고, 순생보順生報는 이다음 생에 가서 받는 것이며, 순후보順後報는 내생이 아니더라도 그 자신이 뿌린 것을 언젠가 거두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거저 되거나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 개인의 집합인 공동체의 인과관계도 마찬가지이며, 그것을 공업共業이라고 한다......P99~10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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