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법정스님

인연 이야기 - (17) 불살생의 공덕

나무향(그린) 2013. 12. 1. 07:10

불살생의 공덕

 

옛날 라자그리하에서 5백 리쯤 떨어진 산속에 백여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땔나무와 사냥을 업으로 삼아 짐승의 털로 만든 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면서 살았다. 그러니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귀신을 섬겼고, 세상에 부처님이 출연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부처님은 밝은 지혜로 그들을 구제할 수 있음을 살피시고, 그곳에 가서 한 나무 밑에 앉았다. 남자들은 사냥을 나가고 여인들만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여인들은 부처님 몸에서 눈부신 광명이 나오는 걸 보고 놀라, 그를 신처럼 숭고한 사람으로 여겼다. 다들 그 앞에 모여 절을 올리고 자리를 마련해 드렸다.

 

 이때 부처님은 여인들을 위해, 산 목숨을 죽이는 죄와 자지를 행하는 복을 말씀하셨다. 여인들은 일찍이 들어 보지 못한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산에서 사는 저희들은 살생을 업으로 하기 때문에 짐승의 고기만 먹고 삽니다. 변변치 않으나마 음식을 올리고자 하오니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여래의 법은 중생의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공양을 마치고 왔으니 염려 마십시오.

 

 세상에는 먹을 만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남의 산목숨을 죽여 그것을 먹고 살아갑니까? 그 과보를 어찌하려고, 농사를 지어 다섯가지 곡식을 먹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야 합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곤충이라도 죽음을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다. 내 몸만을 위해 그들을 죽인다면, 그 죄는 그림자처럼 나를 따를 것입니다. 자비심으로써 산목숨을 죽이지 않으면 살아가는 세상마다 근심은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부처님은 다시 계송으로 말씀하셨다.

 

     자비심으로 살생하지 않고

     항상 중생들을 거두어 주면

     그는 흐린 세상에 살지라도

     가는 곳마다 근심이 없으리

 

     살생하지 않고 자비를 행하고

     말을 삼가고 마음을 지키면

     그는 죽음이 없는 곳에 살아

     가는 곳마다 근심이 없으리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깨끗하기 성인의 교훈과 같고

     넉넉헌 줄 알고 그칠 줄 알면

     그는 생사윤회에서 벗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법하실 때, 사냥 나갔던 남자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아내들이 여느 때처럼 마중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잔뜩 화가 나서 밖에서 온 침입자(부처님)를 해치려고 했다. 여인들이 만류하면서 내력을 이야기했다. 남자들은 곧 허물을 위우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희들은 이 깊은 산속에 살면서 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갚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계송으로 말씀하셨다.

 

     인자한 마음으로 행하고

     널리 사랑해 중생을 구제하면

     열 가지 복이 있어

     그림자처럼 그 몸을 따르리라

 

     물이나 불에도 다치지 않고

     사는 곳마다 이익 얻으며

     죽은 후에는 법천에 올라가리니

     이것을 열 가지 복이라 하네

 

 그들은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면서 살생하지 않을 것을 부처님께 맹세했다. 부처님은 라자그리하로 돌아와 국왕인 빔비사라를 만나서, 그들에게 농사지을 땅과 먹을 곡식을 주라고 했다. -<법구비유경> ㅈ자인품慈仁品

 

 

 

 "자비심은 곧 부처." 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다." 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인간의 사랑이 같은 인간에게만 베푸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렇게 고귀할 것까지는 없다. 인간이 아닌 보잘것없는 생물에게까지 사랑이 보편화될 때, 그 사랑은 참으로 고귀하다. 사람에게 베풀 사랑도 모자라는 이 판국에 다른 생물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대들 사람에게는 나도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옳으냐 그르냐의 가치의식마저 없다면, 아무리 빳빳한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인간다운 주민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산목숨을 죽이지 않겠다는 불살샐계 하나만으로도 불교도가 된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를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범망경梵網經> 보살계본菩薩戒本에는 제1계로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생을 죽이지 말라. 목숨 있는 것이면 무엇이거나 제가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칭찬해 죽게 하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 하거나 저주로써 죽여서는 안 된다. 즉, 죽이는 인因(직접 원인)과 죽이는 연緣(간접 원인)과 죽이는 방법과 죽이는 업으로 목숨 있는 것을 죽여서는 안 된다. 보살은 항상 자비스런 마음과 공손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해야 하는데, 도리어 방자한 생각과 통쾌한 마음으로 산 것을 죽인다면 그것은 큰 죄가 된다." .................P87~88~89~90~9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