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 밑 여자들 - 서정주
질마재 당산나무 밑 여자들은 처녀 때도 새각시 때도
한창 장년에도 연애는 절대로 하지 않지만 나이 한 오십
쯤 되어 인제 마악 늙으려 할 때면 연애를 아주 썩 잘
한다는 이얘깁니다.
처녀 때는 친정 부모 하자는 대로,
시집가선 시부모가 하자는 대로, 그 다음엔 또 남편이
하자는 대로, 진일 마른 일 다 해내노라고 겨를이 영 없어서
그리 된 일일런지요? 남편보다도 그네들은 응뎅이도
훨씬 더 세어서, 사십에서 오십 사이에는 남편들은
거의가 다 뇌점으로 먼저 저승에 드시고, 비로소 한가해
오금을 펴면서 그네들은 연애를 시작한다 합니다. 박푸접이네도
김서운니네도 그건 두루 다 그렇지 않느냐구요.
인제는 방을 하나 온통 맡아서 어른 노릇을 하여
동백기름도 한번 마음것 발라 보고 분粉 세수도 해 보고,
김서운니네는 나이는 올해 쉬흔하나지만 이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이뻐졌는데, 이른 새벽 그네 방에서 숨어 나오는
사내를 보면 새빨간 코피를 흘리기도 하더라구요. 집뒤
당산의 무성한 암느티나무 나이는 올해 칠백 살,
그 힘이 뻗쳐서 그런다는 것이어요.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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