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103] 기자의 피라밋들을 보고

나무향(그린) 2013. 10. 27. 08:42

기자의 피라밋들을 보고 - 서정주

 

그 욕심

한번

대단했었군. 대단했었군.

 

어떻게

그대들 죽은 송장을

굴비같이 삐득삐득 말려서

한 먼년 놓아 두는 동안엔

산 숨결이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했는가? 생각했는가?

미련한 그대들, 엣 이집트의 왕들이여!

 

이렇게

몇십 년씩 전 국민을 고역苦役시켜서

그 엄청난 높이의 피라밋을 쌓아올리고,

그 맨 꼭대기 방에, 왕이여, 자네 미이라를 놓아 둔다면,

그리고 그 피라밋 옆에

샛별이 늘 뜨게만 자리한다면

왕이여, 자네는 그 자네의 알량한 육신으로 더불어

영원히 산다는 것을 이렇게 믿었는가?

 

참 미련하고 억지였지만

또 기술 한번 참 대단했던

옛 이집트여! 그 왕들이여!

 

낙타가 바늘 귀를 들어가기보다도

천국에 들어가긴 더 어렵겠지만,

땅이 만든 모든 왕국 중에선

맨 처음으로

그 부귀 복락의 투메함을 다했던 나라여! ...........................P154~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