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피라밋들을 보고 - 서정주
그 욕심
참
한번
대단했었군. 대단했었군.
어떻게
그대들 죽은 송장을
굴비같이 삐득삐득 말려서
한 먼년 놓아 두는 동안엔
산 숨결이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했는가? 생각했는가?
미련한 그대들, 엣 이집트의 왕들이여!
이렇게
몇십 년씩 전 국민을 고역苦役시켜서
그 엄청난 높이의 피라밋을 쌓아올리고,
그 맨 꼭대기 방에, 왕이여, 자네 미이라를 놓아 둔다면,
그리고 그 피라밋 옆에
샛별이 늘 뜨게만 자리한다면
왕이여, 자네는 그 자네의 알량한 육신으로 더불어
영원히 산다는 것을 이렇게 믿었는가?
참 미련하고 억지였지만
또 기술 한번 참 대단했던
옛 이집트여! 그 왕들이여!
낙타가 바늘 귀를 들어가기보다도
천국에 들어가긴 더 어렵겠지만,
땅이 만든 모든 왕국 중에선
맨 처음으로
그 부귀 복락의 투메함을 다했던 나라여!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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