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101] 라인강가에서

나무향(그린) 2013. 10. 24. 06:12

라인강가에서 - 서정주

 

라인강가의 산 밑에 앉아

시름 겨운 뻐꾹새 소리를 듣고 있다가

괴테와 히틀러가

문득 내 가슴에 함께 들어와서,

그 뻐꾹새 울음 사이에

그 둘을 끼어 두고 생각해 보고 있었다.

 

'서러운 인류의 공동의 고향에서 오는

가슴앓이 소리 같은 저 뻐꾹새 소리는

아돌프 히틀러의 그 과격한 살육의 사이사이에서도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되풀이 되풀이

분명히 이어서 울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마음이 시끄러워 듣지를 못했고

또 알아들었대도

그 서러움의 무게를 감당치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괴테는 고요한 사람이라

저 뻐꾹새 소리에 담겨 퍼지고 있는

그 서러움을 들을 만큼 들었고,

또 그것을 감당할 만도 했었다.

그러니 독일 사람들은

그 둘 중에서 괴테의 편이 되어

뻐꾹새 소리를 잘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고······.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