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가에서 - 서정주
라인강가의 산 밑에 앉아
시름 겨운 뻐꾹새 소리를 듣고 있다가
괴테와 히틀러가
문득 내 가슴에 함께 들어와서,
그 뻐꾹새 울음 사이에
그 둘을 끼어 두고 생각해 보고 있었다.
'서러운 인류의 공동의 고향에서 오는
가슴앓이 소리 같은 저 뻐꾹새 소리는
아돌프 히틀러의 그 과격한 살육의 사이사이에서도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되풀이 되풀이
분명히 이어서 울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마음이 시끄러워 듣지를 못했고
또 알아들었대도
그 서러움의 무게를 감당치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괴테는 고요한 사람이라
저 뻐꾹새 소리에 담겨 퍼지고 있는
그 서러움을 들을 만큼 들었고,
또 그것을 감당할 만도 했었다.
그러니 독일 사람들은
그 둘 중에서 괴테의 편이 되어
뻐꾹새 소리를 잘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고······.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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