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100] 보들레르 묘에서

나무향(그린) 2013. 10. 23. 05:50

보들레르 묘에서 - 서정주

 

어머니의 후살이가 보기 싫어서

의붓아비 오빠끄의 목도 졸라 보았던

불쌍한 불쌍한 샤를르 보들레르.

그는 죽어서도 친아버지 곁에 못 가고

보기 싫은 의붓애비 옆에 엄마 데불고

셋이서 한 무덤에 묻혀 있는 걸 보자니

쩨, 쩨, 쩨, 쩨, 혓바닥이 저절로 차지더군.

 

그래서 그 서슬에 그만 깜박하여서

나는 내 방랑의 지팡이를

그 딱한 무덤가에 잊고 왔는데,

 

내 젊은 떠돌이 친구 임성조더러

"남았나, 가서 찾아보라"고 했더니

그래도 보들레르는 나를 위해서

그걸 고스란히 되돌려보내 주었더군.

말씀도 이미 완전히 못하게 된

그 전신불수의 몸으로

 

보기 싫은 오삐끄와 같이 살자면

지팡이가 필요하기도 필요할 텐데,

선배로서 내 앞길을 더 걱정한 것이겠지,

덩그라니 본 모양대로 돌려보내 주었더군. .............................P15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