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묘에서 - 서정주
어머니의 후살이가 보기 싫어서
의붓아비 오빠끄의 목도 졸라 보았던
불쌍한 불쌍한 샤를르 보들레르.
그는 죽어서도 친아버지 곁에 못 가고
보기 싫은 의붓애비 옆에 엄마 데불고
셋이서 한 무덤에 묻혀 있는 걸 보자니
쩨, 쩨, 쩨, 쩨, 혓바닥이 저절로 차지더군.
그래서 그 서슬에 그만 깜박하여서
나는 내 방랑의 지팡이를
그 딱한 무덤가에 잊고 왔는데,
내 젊은 떠돌이 친구 임성조더러
"남았나, 가서 찾아보라"고 했더니
그래도 보들레르는 나를 위해서
그걸 고스란히 되돌려보내 주었더군.
말씀도 이미 완전히 못하게 된
그 전신불수의 몸으로
보기 싫은 오삐끄와 같이 살자면
지팡이가 필요하기도 필요할 텐데,
선배로서 내 앞길을 더 걱정한 것이겠지,
덩그라니 본 모양대로 돌려보내 주었더군. .............................P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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