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63] 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나무향(그린) 2013. 9. 16. 06:20

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 서정주

 

손금 보니

너나 내나 서릿발에 기러깃길

갈 길 멀었다만

창피하게 춥다 하랴

아이야

춥거든

아버지 옥양목 두루마기 겨드랑이 밑

들어도 서고

이 천역살 다 풀릴 날까지

밤길이건 낮길이건 걸어가 보자.

보아라,

얼어붙은 겨울날에도

바다는 물을 뚫고 들어와서

손바닥의 잔금같이

이 나그네의 다리 밑까지 밀려도 드는구나.

아이야,

꿈에도 만났거든

깨어서 만났거든

깨어 헤어도 지면서,

꿈에서 헤어졌거든

생시에 다시 만나기도 하면서,

아이야,

하늘과 땅이 너를 골라

영원에서 제일 질긴 놈이 되라고 내세운 내 아이야.

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너를 믿는다

끝까지 떨어지지 말고 걸어가 보자. ............................................P9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