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 서정주
손금 보니
너나 내나 서릿발에 기러깃길
갈 길 멀었다만
창피하게 춥다 하랴
아이야
춥거든
아버지 옥양목 두루마기 겨드랑이 밑
들어도 서고
이 천역살 다 풀릴 날까지
밤길이건 낮길이건 걸어가 보자.
보아라,
얼어붙은 겨울날에도
바다는 물을 뚫고 들어와서
손바닥의 잔금같이
이 나그네의 다리 밑까지 밀려도 드는구나.
아이야,
꿈에도 만났거든
깨어서 만났거든
깨어 헤어도 지면서,
꿈에서 헤어졌거든
생시에 다시 만나기도 하면서,
아이야,
하늘과 땅이 너를 골라
영원에서 제일 질긴 놈이 되라고 내세운 내 아이야.
무궁화 같은 내 아이야,
너를 믿는다
끝까지 떨어지지 말고 걸어가 보자. ............................................P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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