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61] 서경敍景

나무향(그린) 2013. 9. 14. 07:39

서경敍景 - 서정주

 

달이 좋으니 나와 보라고 하여

아내한테 이끌리어 나가서 보니

 

두 마리에 동전 한 닢짜리 새의 무리를

두 다리 잘린 채 저리도 잘 날으는

연습은 언제부터 그리 잘 된 것인가.

 

인제는 이조 백자의 무늬의 새보다도

더 유창히 달의 한 켠을 썩 잘 날으고,

달의 다른 한 켠엔

모진 비바람에 쓰러져 누운

크나큰 느티의 고목나무 한 그루.

 

또 사실은 나도 아내도 다리 없는 새로서

인제 보니 그 달의 둘레를

아주 멋들어지게는 썩 잘 날으고 있었다.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