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敍景 - 서정주
달이 좋으니 나와 보라고 하여
아내한테 이끌리어 나가서 보니
두 마리에 동전 한 닢짜리 새의 무리를
두 다리 잘린 채 저리도 잘 날으는
연습은 언제부터 그리 잘 된 것인가.
인제는 이조 백자의 무늬의 새보다도
더 유창히 달의 한 켠을 썩 잘 날으고,
달의 다른 한 켠엔
모진 비바람에 쓰러져 누운
크나큰 느티의 고목나무 한 그루.
또 사실은 나도 아내도 다리 없는 새로서
인제 보니 그 달의 둘레를
아주 멋들어지게는 썩 잘 날으고 있었다.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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