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42] 근교의 이녕泥濘 속에서

나무향(그린) 2013. 8. 26. 05:38

근교의 이녕泥濘 속에서 - 서정주

 

흙탕물 빛깔은

세수 않고 병들었던 날의 네 눈썹 빛깔 같다만,

기술가! 기술가

이것은 일행 동안 심줄을 훈련했던 것이다.

 

사환이었던 것, 좀도둑이었던 것, 거지였던 것,

이것은 일생 동안 눈치를 훈련했던 것이다.

 

이것은 시방도 내가 참여하면 반드시

묻거나 튀어 박이는 기교를 가졌다.

 

 

이것 위에 씨를 뿌려 돼지를 길러

계집애를 살찌워 시집보낼까.

사내애를 먹이어 양자를 할까.

 

그래, 또 한 벌 도복 지어 입혀서

국립 서울대학교라도 졸업시켜서

순수파라도 만들어 놓을 터이니

꾀부리지 말아라. .......................................................P67

 

*이녕泥濘: 땅이 질어서 질퍽하게 된 곳.